홍은택 카카오 부사장은 ‘카카오페이지’ 서비스에 대해 “시장처럼 콘텐츠를 흥정하는 대신 팬과 스타의 관계처럼 창작자와 독자가 대화를 나누는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세계 최대의 인터넷 업체 구글도, 세계 최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 페이스북도 한국에선 맥을 못 췄다. 네이버 때문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이 네이버도 잔뜩 긴장하고 있다. ‘카카오톡’, ‘카카오게임’ 등을 만든 카카오 때문이다.
카카오는 이달 중 ‘카카오페이지’라는 서비스를 새로 선보인다. 유료로 콘텐츠를 사고파는 서비스다. 지난해 11월 네이버에서 카카오로 자리를 옮긴 홍은택 카카오 콘텐츠사업총괄 부사장을 경기 성남시 본사에서 만났다.
그는 “포털 시대에는 포털이 콘텐츠를 제작하는 작가, 음악가, 언론사 등과 행복하게 공존하는 모델을 만들지 못해 큰 문제였다”며 “카카오가 정답이라고 자신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콘텐츠 제작자들의 호의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 다음 등의 포털은 콘텐츠 제작자 일부에게 일정액의 원고료를 주고 콘텐츠를 산 뒤 이를 소비자에게 무료로 서비스해 광고 수입을 얻는다. 이 과정에서 ‘헐값에 콘텐츠를 사 자기 배만 불린다’는 비판도 나왔다. 홍 부사장은 "포털의 무료 콘텐츠 제공 방식은 계속 성공하기 힘들다"고 단언했다.
그는 “네이버 모델이 성공한 것은 콘텐츠 대가보다 광고 매출이 컸기 때문”이라며 “모바일 시대에는 화면 크기가 작아져 광고 매출은 줄어드는데 콘텐츠 사용료는 계속 올라가 이런 모델은 지속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카카오페이지가 콘텐츠를 유료로 판매하는 건 “콘텐츠 제작자를 위한 것도 있지만 유료 판매를 통해 서로 ‘윈-윈’해야만 카카오 같은 모바일 기업도 살 수 있기 때문”이란 것이다.
콘텐츠 유료 판매가 늘면 콘텐츠 제작자의 이익도 늘지만 소비자도 다양한 콘텐츠를 쉽게 즐길 수 있다. 예컨대 기존에는 스마트폰으로 책을 읽거나 동영상 강의를 듣고 싶어도 적당한 콘텐츠를 찾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카카오페이지에서는 마치 ‘카톡 친구’가 “하트를 보내달라”며 ‘애니팡’ 게임을 추천하듯 친구들이 콘텐츠를 서로 추천한다. 카카오페이지로 산 유료 콘텐츠는 친구 1명에겐 공짜로 보내줄 수 있다.
홍 부사장은 “비슷한 취향의 카카오톡 친구들이 읽을 만한 책, 도움 되는 강좌, 알아야 할 뉴스 등을 소개하는 게 서비스의 핵심”이라고 했다.
이렇게 성향이 비슷한 친구들끼리 좋은 콘텐츠를 계속 추천하게 되면 이는 ‘틈새시장’ 활성화로 이어진다. 인기 있는 극소수의 콘텐츠 외에 가치 있는 콘텐츠가 사장되지 않고 계속 소비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공짜 콘텐츠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는 미지수다. 이런 변덕스러운 소비자를 이해하기 위해 카카오는 소비자 데이터를 공개할 계획이다.
그는 “지금까지 한국에서 유료로 콘텐츠를 사는 사람들이 누구고, 언제 어떤 주제의 콘텐츠를 사는지 모아놓은 대규모 데이터는 없었다”며 “카카오는 이런 유료 콘텐츠 판매 데이터베이스를 공개해 콘텐츠 제작자들이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들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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