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사진 대신 경쟁자사진 품고 집중탐구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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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한판토스 배재훈 사장

“우리의 경쟁자를 제대로 알아야 경쟁에서 이길 수 있습니다.”

지난해 3조300억 원의 매출을 올린 물류기업 범한판토스의 배재훈 사장(60·사진) 집무실 책상 위에는 세계적 물류기업인 도이치포스트 DHL의 프랑크 아펠 회장 사진이 올려져 있다. 사진 위에는 ‘경쟁자를 제대로 알자’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배 사장은 직접 스크랩한 아펠 회장 관련 기사들을 보여주며 “2020년까지 12조5000억 원의 매출을 올려 세계 10위권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세웠다”며 “최종 목표는 DHL, 페덱스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 5위 물류기업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2010년 1월 취임한 배 사장은 1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본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올해 매출을 전년 대비 15% 늘린다는 목표를 잡았다”고 말했다. 많은 기업들이 글로벌 경기침체로 올해 실적 목표를 낮춰 잡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격적인 수치다.

배 사장은 “불황은 경쟁력을 갖춘 물류기업에는 오히려 기회가 된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화주(貨主)사들이 물류비 절감을 위해 경쟁력을 갖춘 업체를 찾는다는 것이다.

그는 범한판토스의 경쟁력으로 탄탄한 해외 네트워크를 꼽았다. 범한판토스는 현재 세계 39개국에 164개의 현지법인 또는 사무소를 갖고 있다. 국내 물류기업 중 최대 규모다. 올해에는 나이지리아, 아르헨티나, 미얀마 등 5개국에도 신규 진출할 계획이다.

아시아 중심의 사업구조도 경쟁력 요인으로 꼽았다. 배 사장은 “미국과 유럽에 본사를 둔 외국 물류회사들은 까다로운 요구를 많이 하는 아시아 지역 고객사들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범한판토스는 고객들의 요구에 기민하게 대응하면서 경쟁력을 키워왔다”고 말했다. 중국, 동남아 등 아시아 시장이 범한판토스의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40% 수준이다.

올해 이 회사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지난해 12월 국내 최대 오픈마켓 G마켓과 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와 손잡고 전자상거래의 해외배송서비스를 시작한 것이다. 1977년 설립 이후 기업 간 거래(B2B)만 해왔는데 올해부터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로 사업을 확대한 것이다. 배 사장은 “양자 간 자유무역협정(FTA)을 맺는 국가가 늘면서 앞으로 전자상거래가 급증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편 배 사장은 국내 중소기업들이 해외에 진출하려는 노력을 적극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품 경쟁력을 충분히 갖췄는데도 현지 시장에 대한 정보와 통역 등 실무 노하우가 부족해 해외 진출을 포기하는 중소기업들이 많다며 안타까워했다. 배 사장은 “우리의 해외 네트워크가 외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중소기업들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범한판토스는 지난해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해 ‘한미 FTA’, ‘브라질 통관 절차’ 등을 주제로 세미나도 실시한 바 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범한판토스#배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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