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가정 기계적 균형 힘들어… 체력이 필수죠”

  • Array
  • 입력 2013년 2월 13일 03시 00분


코멘트

삼성전자 최초 여성 해외지점장 발탁된 연경희 부장

1월 뉴질랜드 지점장으로 부임한 연경희 삼성전자 부장이 오클랜드에 있는 알바니몰에서 자사 제품을 둘러보고 있다. 연 부장은 “어깨가 무거워진 만큼 삼성전자가 뉴질랜드에서 더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도록 두 발로 열심히 현장을 누비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제공
1월 뉴질랜드 지점장으로 부임한 연경희 삼성전자 부장이 오클랜드에 있는 알바니몰에서 자사 제품을 둘러보고 있다. 연 부장은 “어깨가 무거워진 만큼 삼성전자가 뉴질랜드에서 더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도록 두 발로 열심히 현장을 누비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제공
“난 엄마 아들인데 왜 엄마랑 같이 밥을 못 먹는 거야? 다른 애들처럼 나도 엄마가 반찬도 놔주고 생선가시도 발라주면 좋겠어.”

2008년 어느 날. 아홉 살 아들의 말에 숨이 턱 막혔다.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아들과 저녁을 같이한 지가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삼성전자 최초의 여성 해외지점장인 연경희 부장(41) 이야기다. 여느 여성 직장인처럼 집안일과 회사 업무를 병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던 그는 이날 이후 억지로 시간을 짜내 일주일에 최소한 한 번은 아들과 같이 저녁을 먹었다. 너무 일에 쫓길 땐 집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다시 회사로 가 일을 했다.

연 부장은 가천대(옛 경원대) 식품영양학과를 졸업하고 1994년 삼성그룹 여성 공채로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첫 여성 공채라는 점 외에 1993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신경영 선언에 끌려 전공과 무관한 직장을 선택했다.

1월 뉴질랜드 지점장에 선임돼 앞으로 4년간 현지 경영을 책임지는 연 부장을 지난달 29일 국제전화로 인터뷰했다. 2004년 삼성전자 여성 1호 해외주재원 4명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는 최초의 여성 해외지점장으로 부임해 삼성전자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통화에 앞서 연 부장의 동료들을 통해 ‘평판조회’를 해봤다. 그들은 연 부장이 조직 내 갈등을 원활하게 조율하는 유연성, 다른 사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따뜻한 리더십으로 조직 일체감을 유도하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입을 모았다.

업무능력은 기본이다. 싱가포르 주재원으로 정보기술(IT) 영업을 맡았던 2005∼2009년 현지 법인의 IT 부문 매출은 41% 성장했다. 당시 주력 제품이 모니터와 프린터였는데 모니터는 현지 시장에서 2006년 3분기(7∼9월)부터 1위에 올랐다. 2009년에는 32%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해 지금까지 압도적 1위를 유지하는 기반을 마련했다. 프린터 역시 지속적으로 조직을 구축하고 유통망을 확장해 컬러프린터, 복합기(프린터, 스캐너, 복사기 등의 기능을 통합한 제품) 부문에서 2008년 점유율 1위에 올랐다.

연 부장은 자신의 실적이나 능력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지만 가사와 업무의 병행으로 힘들어하는 여성 후배들을 위한 조언은 잊지 않았다. “8시간을 회사에서 일하고, 8시간은 가족과 함께한다는 식으로 물리적 균형을 맞추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경중을 따지면서도 전체적인 균형을 생각하는 것이 엄마로서의 역할을 다하면서도 커리어를 쌓을 수 있는 길인 것 같습니다.”

체력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정신력으로 버틸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는 만큼 건강한 육체를 유지하는 것이 개인이나 조직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연 부장은 “시간은 저절로 나지 않는다”며 “일부러 시간을 내 산책, 등산, 헬스 어느 것이든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삼성전자가 최고의 품질과 서비스로 사랑받는 글로벌 브랜드가 되도록 더욱 노력할 것”이라며 “삼성전자 ‘여성 최초’가 아닌 ‘최고’의 지점장으로 인정받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
#삼성전자#여성 해외지점장#연경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