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가정 중고명품, 한국으로 흘러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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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서 날개 돋친듯 팔려

일본 오사카의 한 중고 패션제품 가게에 각종 해외 유명 브랜드 가방이 진열돼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한국에서 잘 찾을 수 없는 명품 한정판도 눈에 띈다”고 했다. 일본 장기불황과 엔저 현상이 지속되면서 일본 중고 패션명품들이 한국으로 들어오고 있다. 황동명 씨 제공
일본 오사카의 한 중고 패션제품 가게에 각종 해외 유명 브랜드 가방이 진열돼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한국에서 잘 찾을 수 없는 명품 한정판도 눈에 띈다”고 했다. 일본 장기불황과 엔저 현상이 지속되면서 일본 중고 패션명품들이 한국으로 들어오고 있다. 황동명 씨 제공
서울에 사는 직장인 김연주 씨(28·여)는 최근 중고 해외 유명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일본 사람이 쓰던 ‘루이뷔통 프티 버켓GM’ 가방을 37만 원에 샀다. 백화점에서 새것을 사려면 161만5000원을 줘야 한다. 김 씨는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끈 제품이 아니라서 찾기가 쉽지 않았는데 일본 중고품 판매 사이트에서 구했다”며 “상태도 아주 깨끗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경제대국 일본의 장기 불황과 엔저 현상이 계속되면서 일본에서 온 에르메스, 샤넬, 루이뷔통, 프라다 등 해외 유명 브랜드 중고 제품들이 한국으로 흘러들고 있다. 일본에서 중고 유명 브랜드 제품을 수입 판매하는 테타쿠미는 지난해 온라인으로 시작한 영업이 호조를 보이자 서울 부산 광주 대전 지역에 5개의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다. 3월까지 10개 매장을 더 열 계획이다.

일본은 세계 2위 규모의 유명 브랜드 시장으로 루이뷔통이나 샤넬 등이 아시아 진출 거점으로 삼는 곳이다. 그 덕분에 브랜드별 한정판 등 최고가 제품도 구할 수 있고 물건을 조심스럽게 다루는 일본인의 특성상 중고품 상태도 비교적 깨끗하다.

수입업계 관계자는 “일본 소비자들은 나중에 되팔 것을 염두에 두고 포장재, 가격표, 품질보증서까지 꼼꼼히 보관한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온 중고 제품은 포장을 뜯은 지 얼마 안 돼 새것처럼 상태가 좋아도 매장에서 구입하는 것보다 50%가량 싸다. 중고품 수입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도쿄에만 해외 유명 브랜드 매장이 500여 곳에 이르는 데다 전국 각지에서 중고품 경매시장이 열린다”며 “요즘 일본 경매시장에 물량이 쏟아지고 있어 좋은 제품만 확보하면 매입 가격 대비 두 배 이상의 차익을 남기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일본 소호 무역 창업전문가 황동명 씨는 “명품에 관심이 많은 30, 40대를 중심으로 창업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중고 유명 브랜드 제품의 인기는 일본의 ‘화려했던 과거’와 ‘장기 불황의 현재’가 복합적으로 만들어낸 현상이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일본은 1990년대 버블 경제가 붕괴된 이후 중고 유명 브랜드 제품 시장이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며 “장기 불황으로 시장에 쏟아지는 물량을 환율 덕분에 상대적으로 구매력이 높아진 한국이 흡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인교 인하대 교수(경제학)는 “엔저가 계속된다면 앞으로 가구나 자동차, 요트 등 다른 고급 상품시장에도 일본 중고 바람이 거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최은경 인턴기자 서울대 사회교육과 4학년  
#일본중고명품#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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