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VIP 고객의 재방문과 입소문이 불황기에 실질적인 매출 증대로 이어지면서 유통업계에서는 어느 때보다 고객 관리에 힘을 쏟고
있다. VIP 고객만을 대상으로 문화강좌를 진행하는 한샘 키친바흐 전시장(위)과 롯데백화점의 VIP 전용 ‘MVG라운지’.
한샘·롯데백화점 제공
한샘의 부엌가구 브랜드 ‘키친바흐’ 대리점을 찾은 한 고객은 친절한 상담과 꼼꼼한 시공서비스에 만족해 지인들이 부엌가구를 바꾸려고 할 때마다 적극적으로 한샘을 추천했다. 이 고객이 구매를 이끌어낸 사람만 7명. 판매금액으로는 1억5000만 원에 달한다. 충성도 높은 고객 한 명이 영업사원 서너 명 몫을 해낸 것. 최근 최양하 한샘회장은 팀장급 기획회의에서 이 사례를 발표하고 “불황일수록 VIP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데 만전을 기하라”고 강조했다.
윤미영 롯데백화점 본점 MVG(Most Valuable Guest) 라운지 실장은 요즘 VIP 고객들에게 안부전화를 하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방문이 뜸했던 고객들과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다 “라운지에서 차나 한잔하고 가시라”며 매장 방문을 권하기 위해서다. 모피 등 단가가 높은 겨울 제품들은 VIP 고객들의 매출 기여도가 특히 높아서 이들의 방문을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유통업계는 기존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기 위한 고객관계관리(CRM)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단골고객의 서비스 만족도를 높이는 게 불황기 매출 증대에 톡톡히 역할을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샘은 올해 유통업계 불황의 해법을 ‘고객감동’으로 잡고 CRM 체계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고가 상품이 주를 이뤄 경기침체의 영향이 큰 키친바흐의 경우 496m²(약 150평)∼661m²(약 200평)에 달하는 부엌가구 전시장을 전국 11곳에 열고 VIP 고객만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전시·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프로그램 참여자를 키친바흐 구매 고객으로 한정하고 인원도 클래스당 10∼15명으로 제한해 커피강좌 요리강좌 등을 열었다.
이 같은 VIP 고객 관리는 실제 매출 증대로 이어졌다. 브랜드 호감도가 높아진 고객들이 지인을 소개해주는 경우가 늘면서 최소 1800만 원 이상인 고가에도 불구하고 키친바흐는 매출이 전년보다 30%가량 증가했다. 한샘 측은 “인테리어는 경기가 나빠지면 가장 먼저 지갑을 닫는 분야 중 하나인데 기존 고객을 통한 연고(緣故) 매출을 늘리거나 고객감동으로 재구매를 유도하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란 전략이 통했다”며 “향후 VIP 고객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를 한층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CRM협회와 한국CRM학회가 공동 주관한 올해 ‘CRM 마케팅 대상’을 수상했다고 9일 밝힌 롯데백화점 역시 매출 비중과 충성도가 높은 VIP 고객 관리로 불황을 극복하겠다고 나섰다. 최근 롯데는 고객 관리 목표를 1인당 매출액을 높이는 데서 방문 빈도수를 높이는 것으로 수정하고 VIP 고객을 보다 효율적으로 유치하고 관리하기 위해 특별교육도 시작했다.
지난달 29일에는 전점 MVG라운지 관리자 34명을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은 뒤 최신 패션 트렌드, ‘청담동 스타일’ 메이크업 등 전문적인 내용의 서비스 교육을 실시했다. 이번 교육에서는 미술관을 직접 방문해 큐레이터에게 최근 미술품 시장에 대한 강의를 듣는 프로그램도 최초로 포함시켰다. 롯데 관계자는 “VIP 고객의 눈높이에 맞는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며 “매출 순위별로 고객 등급을 구분하는 한편 고객이 어떤 제품군에 특히 관심이 많은지 구매 행태에 초점을 맞춘 맞춤형 마케팅도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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