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만명 명장-기능장 활용해 ‘中企 일터 학교’ 도울 것”

  • Array
  • 입력 2012년 12월 5일 03시 00분


코멘트

■ 한국산업인력공단 송영중 이사장 “불황 해법은 직업훈련”

송영중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한국산업인력공단 제공
송영중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한국산업인력공단 제공
“둔화된 잠재성장률을 높일 수 있는 것이 바로 직업교육과 직업훈련입니다. ‘능력 개발’로 생산성을 향상시켜야 국가 경제와 기업의 성장엔진을 되살릴 수 있습니다.”

송영중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57)은 글로벌 경제위기의 해법으로 사람에 대한 투자를 꼽았다. 경기 전망이 불투명하고 기업들이 신규 투자를 꺼리는 현 시점을 오히려 근로자의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시기라고 본 것이다. 적극적인 교육과 훈련은 생산성 향상을 가져오고 이는 곧 기업의 경쟁력 확대로 이어진다는 것이 송 이사장의 설명이다. 그는 1980년부터 30년간 고용노동부에서 일했고 경제사회발전 노사정위원회 상임위원을 거쳐 지난해 6월부터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다음은 송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대통령 후보들이 앞다퉈 일자리 문제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연계된 다양한 직업능력 개발 교육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중소기업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는 국가인적자원개발 컨소시엄사업 교육훈련 현장. 한국산업인력공단 제공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연계된 다양한 직업능력 개발 교육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중소기업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는 국가인적자원개발 컨소시엄사업 교육훈련 현장. 한국산업인력공단 제공
“일자리 문제는 풀기가 쉽지 않다. 유럽의 재정위기 속에 세계 경기는 당분간 둔화될 것으로 보이고 한국도 성장률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회복 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고용 문제는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다. 만약 성장을 한다고 해도 고용은 별개 문제다. 그만큼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자리 문제의 적절한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 차기 정부의 가장 큰 숙제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고용정책의 중심을 직업교육 및 훈련에 둬야 한다. 민간기업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현재 1조2600억 원 규모의 능력 개발 관련 정부 예산을 대폭 늘려야 한다.”

―대기업보다 중소기업, 정규직보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교육훈련이 쉽지 않을 것 같다.

“‘9988’이라는 말이 있다. 전체 사업체의 99%가 중소기업이고 전체 근로자의 88%(2012년 7월 기준으로는 87%)가 중소기업 근로자라는 뜻이다. 또 비정규직 근로자의 95%가 중소기업에 있다. 중소기업의 직업능력 개발 역량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는 수치들이다. 중소기업 근로자가 능력 개발 과정을 거쳐 숙련된 기술을 갖게 되면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강화된다. 특히 비정규직 근로자는 노동시장에서의 지위가 올라가게 된다. 중소기업 혁신뿐 아니라 근로자 간 양극화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경제민주화’를 위한 또 하나의 방안인 셈이다.”

―고졸 채용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뀌고 있는데….

“한국은 대학진학률이 80%에 가깝다. 세계적으로도 가장 높다. 문제는 그만큼 청년실업률도 증가한다는 것이다. 아마 시간이 지나면 학벌이나 학위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달라질 것이다. 능력 있는 고졸 인재들은 더 빨리 노동시장에 진입할 것이다. 이미 그런 변화가 진행 중이다. 어차피 지식의 수명은 점점 짧아지고 있다. 학교 공부를 가능한 한 빨리 끝내고 일하면서 배워야 할 시대가 온 것이다.”

―고졸 채용 확대를 위해 ‘일터의 배움터’ 기반 마련을 추진 중이다.

“조기에 노동시장에 진출한 청년층을 위해 이제는 일터가 스스로 학교의 역할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공단에서는 대학연계형, 학점은행제형 같은 다양한 학위 취득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안정적으로 직장생활을 하면서 학위까지 딸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올해 처음 시작한 기업대학은 대학에 가지 않아도 고숙련 핵심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제도다. 대기업이 체계화된 교육훈련 과정을 스스로 운영하고 협력업체 근로자까지 이곳에서 교육을 받는 것이다. 이미 LG전자, 현대백화점에 기업대학이 문을 열었다. 또 독일의 마이스터가 중소기업에서 고급기술을 가르치는 것처럼 7만 명에 이르는 대한민국명장, 기술사, 기능장을 활용해 중소기업에 숙련기술을 전수하도록 할 계획이다.”

―한때 자격증 취득이 유행이었는데 지금은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다. 이른바 ‘장롱 자격증’ 문제의 해결 방안은….

“각종 국가자격증 시험에 응시하는 사람이 1년에 300만 명이 넘는다. 자격증 제도가 검증된 인력을 배출한다는 장점도 있지만 ‘산업현장과의 미스매치’나 ‘스펙용 자격증’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그래서 현재 추진 중인 것이 국가직무능력표준(NCS) 개발이다. 산업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지식 기술 태도를 분야별 직종별로 체계화한 것이다. 현재 297개가 개발됐고 나머지 500여 개도 조기 개발을 추진 중이다. NCS를 바탕으로 교육훈련기관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과정을 이수하면 시험을 치르지 않고도 자격증을 딸 수 있다. 이른바 ‘과정이수형 자격제도’다. 현재 국회에 상정된 국가기술자격법이 통과되면 2014년부터 가능해진다. NCS를 토대로 국가자격체계(NQF) 구축이 완성되면 현장 중심형 인적자원 개발이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한다. 물론 필기와 실기시험을 치르는 기존의 검정형 자격제도로 병행될 것이다.”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았다. 앞으로 공단이 나아갈 방향은….

“과거 공단은 직업훈련과 자격검정이 중심이었다. 산업현장에 새로운 인적자원을 공급하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하지만 산업구조가 바뀌면서 이제는 지속적인 학습이 필요해졌다. 취업예정자뿐 아니라 현재 직장에 다니는 근로자, 은퇴를 앞둔 베이비부머 등 다양한 계층을 지원하는 평생직업능력 개발 중추기관의 역할을 해야 한다. 평생능력개발사업이 바로 일자리 창출과 한국의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기 때문이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직업훈련#송영중#한국산업인력공단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