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러시아 ‘겨울 궁전 잔디밭 보초’는 200년간 이어졌다,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8일 03시 00분


비효율적 관행의 덫

사람들은 보통 일관성을 가진 조직이나 정부를 더 신뢰한다. 하지만 일관성과 관련해 생각해볼 만한 이야기가 있다. 제정러시아 시대 페테르스부르크 겨울 궁전의 잔디밭 한가운데에는 항상 경비병 둘이 보초를 서고 있었다. 문이나 담벼락이 아닌 잔디밭 한가운데서 왜 경비를 서는지 그 이유를 아무도 몰랐지만 무려 200년간 이 관행은 이어졌다. 새로 부임한 젊은 장교는 이유가 궁금했다. 알아보니 오래전 잔디밭 중간에 꽃이 피었는데 산책을 하던 여제가 꽃을 보호하라며 경비를 서게 했다. 꽃은 시들었지만 경비 중단 명령은 내려지지 않았고 불합리한 관행은 200년이나 이어졌다. 일관성의 한계와 대안을 지적한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16호(11월 1일자) ‘마인드 매니지먼트’ 기사를 정리한다.

○ 일관성을 유지해야 할 진짜 대상은 무엇인가?

겨울 궁전의 여제는 꽃이 핀 위치에서 꼼짝 말고 경비를 서라고 명령한 게 아니었다. 꽃을 지키라고 명령했다. 따라서 지킬 꽃이 사라졌으면 경비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명령 그 자체에 집착했다.

여기서 ‘테세우스의 배’라는 고전철학의 유명한 화두를 떠올릴 필요가 있다. 그리스의 크레타 섬에는 사람을 잡아먹는 미노타우로스라는 괴물이 살았다. 아테네 사람들은 이 괴물에게 매년 열두 명의 선남선녀를 바쳤는데 테세우스라는 왕자가 어느 날 제물로 바쳐진 사람들과 함께 배를 타고 크레타 섬에 가서 괴물을 물리치고 사람들을 구했다. 아테네 사람들이 이를 매우 기뻐해서 테세우스가 타고 다녀온 배를 광장에 전시하고 그의 업적을 기렸다. 그런데 세월이 수백 년 흐르다 보니 배가 너무 낡아 오래된 판자를 바꿔 끼우면서 수리를 했다. 그러다 원래 배를 이루고 있던 판자는 모두 없어지고 완전히 새로운 판자로 이뤄진 배가 광장에 전시됐다. 이 배는 과연 ‘테세우스의 배’일까?

이에 대해 영국 경험론의 태두인 토머스 홉스는 ‘질료’보다 ‘형상’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광장에 전시된 배를 ‘테세우스의 배’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판자는 배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존재일 뿐 배 그 자체는 아니다. 우리가 일관성을 부여하고자 하는 것은 질료인 판자가 아니라 형상을 갖춘 현실적 존재인 배다.

마찬가지로 러시아 경비병들에게 잔디밭 한가운데 서 있는 행위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게 아니라 꽃을 지킨다는 목적 또는 가치와 합쳐져야 비로소 의미가 있는 일관성 추구 대상이 된다. 여제의 명령을 제대로 이행하려면 꽃이 시든 후에도 그 자리에서 계속 경비를 서는 것이 아니라 잔디밭 가운데 조그만 화단을 가꿔야 했을지도 모른다. 이처럼 일관성을 부여받을 수 있는 것은 유형적이거나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그 안에 흐르는 가치, 정신 또는 궁극적인 어떤 것이다.

○ 일관성의 덫에 빠지지 않으려면


겨울 궁전의 비합리적 관행처럼 일관성으로 인해 폐해가 나타나는 것을 막으려면 다음 몇 가지 원칙을 지켜야 한다. 무엇보다 내가 무언가를 알고 있다는 결론을 너무 빨리 내리지 않는 게 중요하다. 겨울 궁전에 새로 부임한 젊은 장교는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일이었지만 자신은 그 이유를 모른다는 가정을 했기 때문에 잘못된 일관성의 고리를 끊을 수 있었다.

또 지금 이 시점에서 알고 있는 것을 처음부터 알았더라면 어떤 결론을 내렸을지 생각해보면 잘못된 일관성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인공 식품 첨가물 대신 천연 원료를 사용한 신제품을 개발해 대대적으로 출시한 기업의 사례를 가정해보자. 불행히도 이 기업은 나중에 천연 원료에서 심각한 부작용을 발견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관성이 작용하면 해당 기업은 천연 원료의 문제점을 덮기 위해 시간을 허비할 수 있다. 하지만 만약 초기 제품 개발 단계에서 천연 원료의 부작용을 알았다면 어떤 결론을 내렸을지 생각해보면 일관성의 덫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정현천 SK에너지 상무  
정리=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경영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16호(2012년 11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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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경영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16호(2012년 11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유통업체 베테랑 판매원은 보물

하버드비즈니스리뷰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면 대형마트와 양판점 같은 유통업체들은 대개 인건비 절감부터 추진한다. 인건비는 다른 비용에 비해 쉽게 통제가 가능하고 그 효과가 재무제표에 바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슈퍼마켓 매대에 치약 하나를 제대로 진열하려 해도 상당한 노하우가 필요하다. 또 이직률이 높은 회사는 직원교육에 투자하지 않기 때문에 이직률이 더 높아지는 악순환에 빠진다. 코스트코, 퀵트립, 트레이더 조스 같은 미국의 우량 유통업체들이 베테랑 판매원을 키우기 위해 어떻게 노력해 왔는지, 또 어떤 성과를 보았는지 알아본다.


조직내 소수자 위한 네트워킹 전략

Theory & Practice


올 6월 발표된 맥킨지컨설팅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기업 이사회 내 여성 임원의 비율은 1%에 불과해 아시아 평균 6%에 미치지 못했다. 집안일과 육아의 부담도 문제지만 남성문화가 장악하고 있는 기존 고위직 네트워크를 뚫고 올라가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럴 때 소수자인 여성은 다수자인 남성들을 흉내 내면서 그들의 네트워크에 동등한 자격으로 참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까. 아니면 자신을 키워줄 남성 후원자를 찾아내 도움을 요청해야 할까. 기업 내 여성 임원뿐 아니라 백인 사회 속의 한국인, 명문대 출신 임원들 속의 비명문대 출신 임원 등 조직 내 소수자들은 모두 이런 고민을 한다. 마이너리티들을 위한 성공 네트워킹 전략을 소개한다.
#테세우스의 배#페테르스부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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