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하고 자살 생각해본 청소년일수록 음주-흡연 비율 높아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2일 06시 09분


A 씨(45)는 최근 기가 막히는 경험을 했다. 새벽에 신문을 가지러 현관문을 열었는데 담배 냄새가 확 풍겨 오는 게 아닌가. 복도를 살폈다. 유독 작은 뒷모습이었다. 많아봐야 중학교 1, 2학년 정도 돼 보이는 아이였다.

눈이 마주쳤지만 아이는 당황하지도 않았다. 한 손에는 담뱃갑, 한 손에는 모락모락 연기가 나는 담배를 든 채. "학생이 아침부터 왜 담배를 피우냐"고 묻자 돌아온 대답이 이랬다. "우울해서 피우겠다는데 무슨 상관이세요."

우울함을 자주 느끼거나 자살을 생각해본 청소년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흡연율과 음주율이 약 2배로 높아진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우울할 때 담배나 술에 의존하는 게 성인에만 국한된 게 아니란 뜻이다.

교육과학기술부와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는 2일 '2012년 청소년 건강 행태 온라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중1~고3까지 약 8만 명 대상이었다.

조사에 따르면 자살을 생각한 청소년 10명 중 3명(34.9%)은 술을 마시고, 2명(21.9%)은 담배를 피웠다. 자살 생각을 안했던 학생의 경우 음주율과 흡연율이 각각 18.9%, 9.2%였다. 이런 차이는 우울증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우울증을 느낀 청소년과 그렇지 않은 청소년의 음주율은 각각 31.1%와 17.7%, 흡연율은 18.3%와 8.5%로 차이가 났다.

흡연율과 음주율은 중학생보다는 고교생이 높았다. 자살을 생각한 특성화고교생 중 53.8%는 술을 마셔봤고 40.9%는 담배를 입에 대봤다.

우울증과 자살 생각은 수면 부족에도 영향을 줬다. 자살을 고려했던 청소년 가운데 54.0%는 최근 7일 동안 잠을 자도 피로가 충분히 또는 전혀 회복되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우울했던 청소년의 50.8%도 같은 생각이었다.

청소년의 우울증(30.5%), 자살 생각률(18.3%), 스트레스 인지율(41.9%)은 모두 지난해보다 줄었다. 하지만 성인보다는 높았다. 남학생보다는 여학생이 특히 그랬다.

한편 중학생 10명 중 6명은 특별한 노력 없이도 술과 담배를 편의점이나 가게에서 살 수 있었다고 답했다. 고등학생은 10명 중 8명이 손쉽게 술과 담배를 손에 얻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는 이달 말 인터넷 홈페이지(http://yhs.cdc.go.kr)에 공개된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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