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값 폭락, 생산시스템 바꿔 극복을”

  • 동아일보

축산기업 ‘선진’ 이범권 대표… “삼겹살 6mm가 제일 맛있어”

“축산은 반도체 못지않은 전문적인 산업입니다. 또 절대로 사양산업이 되지 않죠.”

돼지고기 브랜드 ‘선진포크’로 알려진 축산기업 선진의 이범권 대표(55·사진)는 자신감 넘치는 말투로 말했다. 축산학을 전공한 뒤 30년 이상 축산업계에 몸담아 온 사람다웠다. 사료생산부터 양돈사업, 돼지고기와 육가공품까지 아우르는 선진은 연간 40만 마리의 돼지를 도축하는 국내 돼지고기업계 1위 업체다.

24일 만난 이 대표는 최근 돼지고기값 폭락 얘기를 꺼내자 허허 웃으면서도 낯빛이 어두워졌다. 그는 “지난해 구제역이 발생한 이후 사육 두수가 갑자기 늘어나면서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깨진 데다 경기 침체로 고기 소비마저 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돼지 가격이 높을 때는 수입을 늘리고 다시 가격이 떨어졌을 때는 별 대책이 없다”며 쓴소리도 했다.

대처 방안이 없느냐는 질문에 이 대표는 “단시간에 난국을 헤쳐 나가기는 어렵다”면서도 ‘시스템화’를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돼지고기 생산 시스템을 개선해 싼값에 좋은 품질의 고기를 많이 생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진은 국내 최초로 종돈(씨돼지) 개발사업을 시작한 업체다. 우리나라 기후에 잘 적응하면서 질병에 강하고 지방의 비율도 적당한 유전적 특질을 갖춘 품종을 개발하기 위해서다. 좋은 종돈을 개발한 덕에 선진포크는 언제나 일정한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

돼지고기 소비 촉진을 위해 좀더 맛있게 먹는 방법을 연구한다는 이 대표는 문득 “삼겹살을 제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두께가 얼마인지 아느냐”고 기자에게 물었다. 고개를 갸웃거리자 이 대표는 웃으며 말했다.

“6mm입니다. 그보다 두꺼우면 지방이 속까지 잘 익지 않고, 더 얇으면 너무 바삭해지죠. 우리 삼겹살은 모두 이 두께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선진은 사료사업을 통해 해외에도 진출하고 있다. 처음에는 양돈을 하면서 안정적으로 사료를 공급하기 위해 사료를 만들었는데 1997년부터 해외에 진출하기 시작해 필리핀 베트남 중국에 사료공장을 세웠다. 이 대표는 “동남아권의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육류와 함께 사료 소비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선진포크는 주로 대형마트 등에서 팔리고 있지만 앞으로는 자체 유통망도 강화할 방침이다. 이 대표는 “2009년 론칭한 축산물 전문점인 ‘선진포크프라자’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했다. 전국에 70여 개 매장을 갖춘 선진포크프라자는 일종의 브랜드 정육점이다. 선진포크와 선진한우, 하림 등의 신선한 고기를 제공하며 떡갈비 돈가스 등의 육가공품과 상추 등 채소도 판매한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돼지고기#이범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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