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강남스타일’은 멋 아닌 맛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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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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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강남지역 백화점들 식품관 경쟁 치열

21일 오후 4시 반 SSG푸드마켓 청담점의 방사유정란 판매 코너에 품절 푯말이 내걸렸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21일 오후 4시 반 SSG푸드마켓 청담점의 방사유정란 판매 코너에 품절 푯말이 내걸렸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SSG푸드마켓 청담점. 유기사료를 먹고 자란 닭이 전날 낳은 달걀을 파는 방사유정란 판매대에는 ‘1인 1팩만 판매’라는 안내문과 ‘당일 상품 품절’이라는 푯말이 함께 있었다. 직원은 “더운 여름철엔 닭들이 알을 적게 낳아 하루 40∼60개밖에 안 들어온다”며 “매장 오픈 10분 만에 동이 날 때가 많다”고 했다.

지난달 신세계백화점이 문을 연 프리미엄 식품 매장인 SSG푸드마켓에는 특히 ‘토종’ ‘유기농’ ‘신선’이란 단어를 내건 상품들이 많았다. 매주 두 차례가량 이곳에서 쇼핑하는 주부 이은정 씨(38·서울 강남구 압구정동)는 “좀 더 돈을 쓰더라도 ‘출신 성분’이 확실한 식재료를 사고 싶어 하는 강남 사람들의 정서를 제대로 공략한 매장”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강남지역을 차별화하는 코드는 ‘멋(패션)’이 아닌 ‘맛(음식)’이라고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이에 맞춰 백화점들은 강남지역에 식품관을 강화하고 있다.

○ ‘강남스타일’은 멋 아닌 맛

강남의 패션 트렌드는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 전파되는 데다 강남으로 방문 쇼핑을 오는 다른 지역 고객이 많아 빠르게 ‘전국구’화한다. 하지만 식재료를 중심으로 한 먹거리는 주로 지역 상권 내에서 구입하기 때문에 강남 주민들의 소비 성향을 파악하는 바로미터가 된다.

SSG푸드마켓 청담점 고객의 70% 이상은 매장 주변 강남·서초구 주민들이다. 40대 고객 비중이 신세계백화점 전체보다 13%포인트 높은 것도 특징이다. 발레 파킹과 냉장 배송을 원칙으로 하다 보니 건강과 쇼핑 편의성을 중시하는 중년 고객들의 마음을 산 것이다.

이 매장에 이어 압구정동의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식품관이 10월 리뉴얼을 마치고 확대 개장하면서 강남 상권 내 백화점들의 ‘먹거리’ 전쟁은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 강남 잡는 핵심은 기본기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식품매장 관계자들이 꼽은 ‘강남식(食)’ 트렌드의 핵심은 기본기다. 1985년 압구정본점 개점과 함께 오픈해 28년간 장수한 대표 맛집 ‘밀탑 빙수’, 바이어들의 삼고초려 끝에 2008년 입점한 ‘나드리 김밥’, 투박한 다진 양념으로 맛을 내는 ‘현대떡볶이’ 등 식품관 내 주요 맛집들은 모두 소박하지만 기본기가 튼실한 음식으로 유명하다. 압구정본점은 오일 식초 천연양념 등을 그때그때 소량으로 구입해 가장 신선한 상태로 조리해 먹으려는 수요가 많다고 판단해 4월 독일 천연식품 브랜드 ‘크레센도’를 국내 최초로 입점시키기도 했다.

대형마트의 강남지역 점포도 품목별 매출 비율에서 다른 지역 점포와 달랐다. 이마트 양재점, 역삼점, 가든파이브점은 매출 규모에서 전국 146개 점포 가운데 23위, 57위, 78위인 중소 규모 점포다. 이마트가 1∼7월 강남 3구에서 판매된 상품 카테고리를 분석한 결과 역삼점은 오가닉 신선제품이 전국 2위, 양재점은 오가닉 가공식품이 전국 10위를 차지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남들한테 보여주는 과시형 소비 단계를 넘어선 강남지역 소비자들은 건강과 자기만족을 위한 식품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강남스타일#식품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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