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애플 특허소송 ‘운명의 1주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21일 03시 00분


■ 새너제이 美법원에 관심집중

글로벌 정보기술(IT) 업계의 시선은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소송 판결이 나올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새너제이로 쏠리고 있다. 결과에 따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시장의 판도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미 새너제이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은 21일(현지 시간) 이 사건의 최종 심리 절차에 들어간다. 삼성전자와 애플 양사 변호인단이 각각 2시간가량의 최종 변론을 한다. 이어 9명의 배심원단이 협의를 거쳐 평결 결과를 루시 고 판사에게 전달하면 판사는 최종 판결을 내리게 된다. 현재 재판부가 일정을 공지한 것은 21일 최종변론까지다. 최종 절차는 22일 이후, 늦게는 다음 주에 마무리될 가능성도 있다. 배심원단이 방대한 자료와 복잡한 기술적 분야까지 검토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애플은 삼성전자가 아이폰의 디자인을 베꼈다는 이유로 25억2500만 달러를, 삼성전자는 애플이 무선 특허 등을 침해했다며 4억2200만 달러의 배상을 요구해놓고 있다.

‘홈경기’를 치르는 애플이 다소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애플이 이기면 삼성은 애플에 배상금을 지급하고 기존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디자인을 애플의 특허를 피해 수정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기반으로 스마트폰을 만드는 ‘안드로이드 진영’의 맏형이라는 점에서 판결의 파장은 구글은 물론 대만의 HTC 등 안드로이드폰을 내놓고 있는 다른 업체로까지 번질 게 확실하다. 독일 네덜란드 호주 일본 등 각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특허 전쟁에서도 애플은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다.

반대로 삼성이 이길 경우 미국 시장에서 애플에 대한 공세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시장조사기관인 SA에 따르면 2분기(4∼6월)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에서 삼성(24%)은 애플(31%)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IT시장 분석회사 가트너의 애널리스트인 마이크 가튼버그는 뉴욕타임스(NYT)에 “(애플이 질 경우) 무서울 정도로 많은 아이폰 유사 제품이 시장에 넘쳐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어느 한쪽이 완승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조지 콘트라레스 아메리칸대 법학과 교수는 “양측이 일부는 이기고 일부는 지는 혼합된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렇게 되면 양측이 구체적인 손실을 따져보고 로열티 지급 등을 통해 타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판결 결과에 상관없이 양사가 연방 항소법원에 항소할 것이 거의 확실하기 때문에 최후에 누가 웃을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만장일치를 원칙으로 하는 미국 배심원제 특성상 배심원들이 일치된 평결을 내놓지 않아 1심 심리가 다시 열릴 가능성도 남아있다.

한편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소송을 계기로 세계 스마트폰 업계가 삼성전자와 애플의 양강 구도로 접어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3위 업체인 HTC의 글로벌 판매액이 2분기에 27%나 급감한 것을 예로 들었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특허 공방 속에서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며 기술력을 높여 하위 업체들과의 격차를 더 벌리고 있다는 논리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삼성-애플#특허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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