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 모아도 2만원 안팎” 고철 수집 노인들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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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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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화성 자원 재활용 업체 가보니…

“오전 6시부터 오후 11시까지 고철을 모아다 팔아도 2만 원을 벌까 말까야. 요즘 고철값이 워낙 떨어져서….”

16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한 고물상. 김동균 씨(70)는 오토바이에 고철(철스크랩)을 가득 싣고 와 고물상 주인에게 넘겼다. 김 씨의 손에 쥐어진 것은 1만1000원. 반나절 동안 인근 상가를 돌며 고철을 모은 대가다. 김 씨는 “주위 사람들이 가끔 고철을 모아다 주지만 값이 워낙 떨어져 먹고살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고철 시세가 급락하고 있다. 고철은 주로 건설현장에서 쓰이는 철근의 원료다. 건설경기가 부진한 여파로 고철값이 떨어지는 것이다. 18일 제강업계에 따르면 이달 첫 주 국내산 중량 고철 평균가격은 t당 38만2500원으로 올 들어 최저치였다. 지난해 같은 달의 48만7500원에 비해 약 21.5% 떨어졌다. 고철 가격 폭락은 폐품 수집 노인들의 생계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 경기침체로 고철값 곤두박질

고철 가격은 올 들어 줄곧 약세다. 최근 서울 시내 고물상이 사들이는 ‘A급’ 고철 시세는 kg당 400원 미만. 지난해 말엔 500원 이상 받을 수 있었다. 고철값은 하루가 멀다 하고 떨어진다. kg당 가격이 10원씩 떨어질 때마다 고철을 수집해 파는 노인들의 얼굴에는 시름이 더해진다.

경기 화성시 남양동 북양산업단지에서 만난 자원 재활용 업체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 단지에는 행상들로부터 고철을 사들여 가공한 뒤 제강회사에 납품하는 업체가 10여 곳 모여 있다. 한 고물상에서 고철 분리 일을 하는 이현우 씨(47)는 “건설현장 수요가 막히며 자원 재활용 사업도 유례없는 불황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 고철값 바닥세 유지 전망

고철 가격 하락의 주된 원인은 건설경기 부진이다. 건설경기를 나타내는 지표인 건설기업경기실사지수(CBSI)는 4∼6월 3개월 연속 하락했다. 지난달 CBSI는 63.8로 건설 비수기인 1월(62.3)을 제외하고 올 들어 가장 낮았다. CBSI가 100을 밑돌면 건설경기를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낙관적으로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뜻이다.

조선업 불황도 고철 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상반기(1∼6월) 국내 조선업계의 수주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7% 줄어든 330만6059CGT(표준화물환산톤수)였다. 고철 최대 수입국인 중국도 경기 둔화로 수입량을 줄이고 있어 고철 가격의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김창호 키움증권 연구원은 “고철 가격은 3분기(7∼9월)에도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진석 기자 gene@donga.com  
화성=하여라 인턴기자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고철#불황#철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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