老兵 ‘바우 헌터’號 30년 만에 옥포 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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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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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첫 수주 ‘형제 배’ 사들여 홍보관으로 활용 계획

대우조선해양이 33년 전 최초로 수주한 선박 바우 헌터호. 회사 측은 최근 이 배를 매입해 회사 역사를 기록한 기념관으로 개조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제공
대우조선해양이 33년 전 최초로 수주한 선박 바우 헌터호. 회사 측은 최근 이 배를 매입해 회사 역사를 기록한 기념관으로 개조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제공
대우조선해양이 33년 전 처음으로 수주했던 노병(老兵) ‘바우 헌터’호가 최근 고향인 경남 거제시 옥포조선소로 돌아왔다. 진수된 지 약 30년 만이다.

대우조선은 최근 바우 헌터호를 사들여 기념관으로 개조 중이라고 17일 밝혔다. 조선사가 건조해 선주에게 인도한 노후 선박을 다시 사들이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 배는 한국 조선사와 흐름을 같이하는 대우조선과 옥포조선소의 역사를 기록한 홍보문화관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대우조선은 바우 헌터호의 조타실이나 기어실 등 배 내부는 그대로 두면서 그동안 회사가 수주한 선박 사진과 모형, 동영상 등을 회사의 첫 배에 전시할 계획이다.

바우 헌터는 대우그룹이 대우조선공사를 인수한 뒤 1년이 지난 1979년 처음으로 노르웨이 해운사로부터 수주한 선박 네 척 중 하나다. 당초 바우 헌터의 ‘형제’ 선박으로 1982년 4월 최초로 인도한 맏형 ‘바우 파이어니어’를 수소문했지만 이미 해체돼 고철로 돌아간 것으로 확인돼 2개월 뒤 두 번째로 인도한 동생 바우 헌터를 매입한 것.

이들 바우 형제들은 모두 2만2500t 급에 26가지 화학제품을 동시에 적재할 수 있도록 26개의 분리탱크로 구성돼 모양은 똑같다. 각 탱크는 용접과 도장이 어려운 스테인리스 강판으로 구성돼 당시 기술로는 매우 힘들게 만들어야 하는 초정밀 선박이었다.

신생 조선사였던 대우조선은 선박 건조 능력을 세계 유수의 선주들로부터 단기간에 인정받아야 했기 때문에 위험 부담을 무릅쓰고 건조가 어려운 화학제품 운반선을 첫 배로 시작하는 모험을 감행했다. 인도일을 맞추기 위해 전 직원이 야근을 하며 작업에 매달릴 정도였다. 바우 파이어니어는 당시 한국 조선사상 처음으로 세계 최우수 선박에 선정되기도 했다.

수주한 지 33년, 인도한 지 30년이나 지났기 때문에 당시 수주나 건조를 담당했던 인력은 현장을 떠난 지 오래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바우 헌터와 바우 파이어니어는 초창기 대우조선 전 임직원을 일심동체로 묶은 의지의 결정체로 회사 역사에 상징성과 의미가 큰 선박”이라고 설명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대우조선해양#바우 헌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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