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여사도 李대리도 앞다퉈 “오∼피스텔 ”

  • 동아일보

부동산 경기침체 속 ‘투자 광풍’

1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에 마련된 A오피스텔 본보기집. 이른 아침부터 몰려든 사람들로 본보기집 주변은 장사진을 이뤘다. 본보기집 안에 마련된 청약상담 창구 주변은 상담을 기다리는 이들과 일반 관람객이 뒤엉켜 난장판을 방불케 했다. 분양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개관한 이래 본보기집에는 하루 평균 5000∼6000명이 방문했고, 휴일인 이날에는 무려 8000명 정도가 몰려들었다. 본보기집 내부를 둘러보던 주부 K 씨는 “본보기집에 처음 와 본다”며 “요즘 동네 아주머니들의 최대 화제가 오피스텔이어서 구경 왔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인근에 위치한 B오피스텔 본보기집도 상황은 비슷했다. 하루 평균 2000명 정도가 찾아왔고, 끊임없는 투자 문의로 상담창구는 북새통이었다. 남편과 본보기집을 찾았다는 한 임신부는 “그동안 펀드로 재테크를 했는데 재미를 보지 못하다가 직장동료의 추천을 받아 이곳을 찾게 됐다”며 “청약기간이 평일이어서 월차를 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오피스텔 투자 열기가 확산되면서 여윳돈 투자자뿐만 아니라 신혼부부나 젊은 직장인, 장바구니를 든 주부까지 오피스텔 투자에 뛰어들고 있어 위험수위에 이르렀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 장바구니 투자자 등장

매월 일정 수입을 올릴 수 있는 대표적인 수익형 부동산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오피스텔은 주택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틈새상품’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여기에 새로운 일감을 찾으려는 대형 건설사들까지 합세하며 지난해부터 파죽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2010년 1만4290실이었던 오피스텔 공급량은 2011년 3만971실로 늘어났고, 올해에는 연말까지 3만9200여 실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청약경쟁률도 달아올라 최근 마감한 ‘해운대 푸르지오시티’는 최고 2043 대 1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인기의 원인으로 1억∼2억 원 정도를 투자해 연 6% 이상의 고정수입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여기에 젊은 직장인이나 신혼부부까지 투자에 나서는 등 오피스텔 투자자 층이 폭발적으로 커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오피스텔 분양대행사의 한 관계자는 “투자자가 퇴직자나 여윳돈 자산가 중심에서 최근에는 젊은 직장인이나 신혼부부, 주부 등의 비중이 부쩍 늘고 있다”며 “소문만 듣고 투자하겠다고 나서는 경우도 적잖다”고 귀띔했다.

○ ‘묻지 마 투자’는 금물

우려스러운 점은 오피스텔의 투자 기대수익률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2008년 6.53%이던 수익률은 올해 6월 말 5%대로 하락했다. 특히 최근 1년간 오피스텔 공급이 집중됐던 서울과 경기는 각각 6.16%에서 5.51%, 6.70%에서 6.00%로 낮아졌다.

이는 투자 수요가 늘자 오피스텔 매매가와 분양가가 크게 오른 데 따른 현상이다. 2010년 3.3m²당 1296만 원이던 서울 오피스텔 매매가는 올해 6월 말 현재 1316만 원까지 올랐다. 여기에 공급이 갑자기 증가하자 임대료가 떨어지기 시작한 것도 수익률 하락을 부채질했다.

전문가들은 기대수익률이 떨어지고 있는 만큼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장현창 삼성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아기 업은 주부가 등장하면 끝물’이라는 주식시장의 속설은 부동산에도 적용된다”며 “묻지 마 투자자가 많다는 것은 지금이 꼭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팀장은 “주변 시세와 임대 상황을 꼼꼼히 분석한 뒤 투자를 결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남=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오피스텔#투자#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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