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쿠폰 미끼로 개인정보 1340만건 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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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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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에 팔아 250억 원 챙겨
공정위, ‘열심히…’에 시정명령

지난해 대형 인터넷쇼핑몰을 찾은 대학생 조모 씨(23)는 ‘할인쿠폰 100% 증정 이벤트’란 팝업 광고를 보고 주민등록번호와 휴대전화번호를 입력했다. 하지만 한참을 지나도 기다렸던 할인쿠폰은 오지 않았다. 뒤늦게 확인해 보니 25세 미만은 할인쿠폰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것. 게다가 조 씨는 며칠 후부터 보험사에서 걸려온 보험가입 권유 전화에 시달려야 했다. 개인정보 수집업체가 보험사에 개인정보를 팔아넘겼기 때문이다. 할인쿠폰은 조 씨의 개인정보를 빼내기 위한 미끼였던 것이다.

조 씨의 개인정보를 빼낸 ‘열심히커뮤니케이션즈’가 개인정보 수집에 나선 것은 2009년부터. 지마켓과 옥션, 11번가 등 대형 인터넷쇼핑몰에 1000원이나 5000원짜리 할인쿠폰을 준다는 팝업광고나 배너광고를 띄우고 개인정보를 입력하면 쿠폰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영업을 해왔다. 실제로는 발행한도가 없는 쿠폰인데도 ‘소멸예정쿠폰이 2장 남아있습니다’는 문구를 게시해 소비자들의 조바심을 자극해 클릭을 유도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모두에게 지급한다는 광고와 달리 ‘할인쿠폰’은 25∼55세 참여자에게만 지급됐다. 게다가 15일 이내에 5만 원 이상의 물건을 살 때에만 쿠폰을 쓸 수 있다는 사용조건도 알리지 않았다. 이 때문에 지마켓과 옥션, 11번가에서 이 업체가 발행한 5000원권 할인쿠폰을 받은 74만5000명 가운데 쿠폰을 사용한 소비자는 0.9% 정도인 7000여 명에 불과했다.

개인정보 제공 동의를 받는 방법도 교묘했다. 개인정보를 수집할 때는 수집, 이용, 제공 동의를 각각 따로 받아야 하는데 이 업체는 개인정보 입력란 하단에 눈에 잘 띄지 않을 정도로 작은 글씨로 개인정보 제공 동의 문구를 써놓았다. 또 이를 확인하기 위해 스크롤을 내리면 동시에 ‘추첨에 응모하려면 확인을 선택해 달라’는 팝업창이 튀어나오게 만들어 소비자가 ‘확인’을 누르는 순간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한 것으로 처리했다.

‘열심히커뮤니케이션즈’가 이 같은 방식으로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수집한 개인정보는 1340만 건에 이른다. 이 회사는 수집한 개인정보를 동양생명(1141만 건)과 라이나생명(199만 건)에 팔아 무려 250억 원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결국 누리꾼들의 민원이 폭주하자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업체에 거짓·과장광고 혐의로 시정명령을 내리고 이 사실을 5일 동안 홈페이지에서 알리도록 했다. 공정위는 다만 이 회사가 최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2억3000만 원의 과징금과 15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은 것을 감안해 별도의 과징금은 부과하지 않았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할인쿠폰#개인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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