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악스’ 짐바로 대표 “디자인은 보글보글 끓고 있는 요리”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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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디자인 회사 ‘악스’의 스테파노 짐바로 대표는 “디자인과 요리는 여러모로 공통점이 많다”고 말했다. KT&G 제공
이탈리아 디자인 회사 ‘악스’의 스테파노 짐바로 대표는 “디자인과 요리는 여러모로 공통점이 많다”고 말했다. KT&G 제공
“오늘 저는 여기서 ‘맛’에 대한 강연을 하겠습니다.”

지난달 30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상상마당. 연단에 오른 강사가 이렇게 말하자 청중 사이에 잠시 술렁임이 일었다. 연단에 오른 이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이탈리아의 디자인 스튜디오 ‘악스’의 스테파노 짐바로 대표(38)로 그는 원래 이 자리에서 자신의 디자인 철학에 대해 강연하기로 돼 있었기 때문이다.

KT&G의 초청으로 한국을 찾은 짐바로 대표는 이날 맛있는 요리에 비교해 자신의 디자인 철학을 설명했다.

“디자인 스튜디오는 부엌과 같습니다. 항상 냄비가 끓고 뭔가가 익고 있어요. 다양한 재료를 넣어야 풍부한 맛이 납니다. 우리가 받아들이는 모든 것, 읽고 쓰고 보는 모든 경험이 좋은 디자인의 재료가 됩니다. 물론 그걸 익히는 시간도 중요합니다.”

짐바로 대표는 디자인과 요리의 공통점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다양한 재료를 넣어야 좋은 결과가 나온다 △수프를 오래 끓이면 망치게 되듯 디자인을 할 때도 시간을 지켜야 한다 △사람들은 언제나 보기 좋은 걸 좋아하니 디자인도 요리도 좋은 ‘접시’에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회사인 악스에 대해서도 “아이스크림 같은 회사”라고 표현했다. 가볍고 젊은 만큼 새롭고 신선하며 이탈리아의 개성이 담겼다는 설명이었다.

한국의 디자인 산업에 대해서는 “한국은 뭐든지 빨리 변하는 나라”라며 “한국 디자이너들이 자신감을 갖고 세계시장에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현지화가 중요하지만 정체성을 잃어선 안 된다”며 “상대하는 고객을 깊이 알아야 한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짐바로 대표는 악스를 이끌며 커피 브랜드 ‘라바차’나 초콜릿 ‘누텔라’의 포장 디자인부터 이탈리아의 국민차로 불리는 피아트의 소형차 ‘500(친퀘첸토)’ 디자인에도 참여했다. KT&G는 지난달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인 토니노 람보르기니사와 최고급 담배 ‘토니노 람보르기니’를 내놓으면서 담뱃갑의 디자인을 짐바로 대표에게 맡겼다.

이 담배는 2700원이라는 가격과 풍부한 맛으로도 애연가의 관심을 끌었지만 과감한 색과 람보르기니의 슈퍼카 ‘무르시엘라고’를 연상케 하는 디자인을 적용한 담뱃갑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시장에 내놓은 지 2주일 만에 330만 갑이 팔릴 정도로 인기를 모은 데에는 고급스러운 느낌의 패키지 디자인도 적잖이 영향을 줬다는 게 KT&G의 자체 분석이다.

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
#악스#짐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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