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 다국적기업이 뜬다]<下>공장 없는 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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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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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부터 판매까지 아웃소싱… 아이디어만 있으면 글로벌무역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숍레이틀리는 패션디자이너를 위해 제품 사진 촬영부터 쇼핑몰 운영, 온라인 결제 등을 대행해 준다. 샘플만 보내면 모든 일은 숍레이틀리가 진행한다. 로스앤젤레스=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숍레이틀리는 패션디자이너를 위해 제품 사진 촬영부터 쇼핑몰 운영, 온라인 결제 등을 대행해 준다. 샘플만 보내면 모든 일은 숍레이틀리가 진행한다. 로스앤젤레스=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하나의 멀티탭으로 여러 전자제품을 사용하려면 늘 크기가 큰 어댑터가 옆 구멍까지 막아버려서 곤란하곤 했다. ‘피봇파워’라는 멀티탭은 뱀처럼 구불구불하게 휘어져 어댑터의 방향을 조정할 수 있어 이런 불편을 해결했다. 이 제품은 지난 1년 동안 90만 달러(약 10억2600만 원)어치가 팔려나갔다.

설거지를 마친 컵을 바로 쌓아놓으면 속이 마르지 않는다. 더운물로 설거지를 한 뒤 컵을 쌓아놓기라도 하면 컵을 빼는 것도 큰일이다. ‘토템’은 표면에 동그란 돌기를 만들어 붙인 컵이라 공기가 통해 안이 잘 마르고, 쉽게 빠진다. 이 제품은 타깃과 베드배스&비욘드 같은 미국 대형마트와 주방용품점을 비롯해 세계 각국에서 팔리고 있다.

○ 개인의 공장이 생기다

피봇파워 멀티탭의 아이디어는 미국 로드아일랜드디자인학교의 제이크 지엔 씨가 낸 것이다. 토템은 한국인 정승준 문서영 디자이너가 업무 외 시간을 이용해 만들었다. 컴퓨터설계(CAD)를 이용해 디자인만 했을 뿐인데 제품이 나와 세계 각국에서 팔렸다. 인터넷으로 올라온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시제품 제작과 가격 책정, 유통망 확보, 상품 제작 및 배송을 대신해 주는 ‘쿼키’(quirky.com)라는 회사 덕분이다.

쿼키는 뉴욕 맨해튼에 자리 잡은 직원 72명의 회사다. 2009년 창업했다. 지난해만 해도 직원이 13명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세계 30개국에 물건을 팔고 있다. 쿼키에 자신의 발명품을 올리는 사람들도 지난달 기준으로 20만 명을 넘어섰다. 이들은 쿼키에서 판매된 제품 매출의 30%를 가져간다.

쿼키는 뉴욕 본사에 최신 3차원(3D) 프린터를 설치해 시제품을 만든다. 또 좋은 아이디어가 올라오면 이를 개선하기 위해 ‘브레인스토밍’ 회의를 인터넷으로 생중계한다. 일반 제조업체의 기획회의를 인터넷으로 하는 셈이다. 이렇게 제작에 참여한 사람들은 생산자인 동시에 적극적인 입소문을 내는 마케터가 된다. 제품이 잘 팔리면 곧장 이익이 돌아오기 때문이다.

○ 투자도 유통도 쉽게 아웃소싱

직원 5명의 페블이라는 작은 미국 회사는 최근 스마트폰으로 온 문자메시지와 e메일을 전화기를 꺼내지 않고 읽을 수 있는 손목시계를 구상했다. 일종의 ‘스마트워치’였다. 페블은 이 제품의 대량생산을 위해 ‘킥스타터’(kickstarter.com)라는 서비스를 이용했다. 쿼키를 이용하면 매출의 70%를 수수료 형태로 줘야하지만 킥스타터는 일종의 소액 투자를 유치해 주기 때문에 매출 전체를 가질 수 있다.

아이폰과 연결되는 스마트워치를 만들겠다는 생각은 이달 7일 현재 세계 각국 5만8000여 명의 후원자에게서 약 800만 달러를 모았다. 후원자들은 신제품이 나오면 가장 먼저 받아볼 자격을 갖게 된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시내의 의류도매상가 페이스마트에는 ‘숍레이틀리’(shoplately.com)라는 온라인 의류쇼핑몰이 있다. 한국의 동대문시장을 닮은 이곳엔 여성의류나 액세서리를 파는 도매상가가 밀집해 있다. 숍레이틀리는 이 상가의 영세상인들이 세계로 물건을 팔도록 도와준다.

대부분의 소규모 패션업체는 인터넷을 제대로 활용 못하고, 멋진 사진을 찍지 못하며, 온라인 결제시스템도 없다. 숍레이틀리는 판매액의 12%를 수수료로 받고 이들 제품 사진을 찍어 온라인 홍보를 해주고 글로벌 판매를 대행해 준다. 이 덕분에 1인 액세서리 디자이너도 세계에 물건을 팔게 됐다. 이 회사는 한국인인 이기하 김광록 황윤상 씨 등이 창업했다.

황 씨는 “개인 수준에서 벌이는 작은 사업은 세계적으로 성공하기 힘들다고 여겨졌지만 오히려 이런 곳에 기회가 있다”며 “세계의 모든 이가 다른 세계의 모든 이를 상대로 물건을 팔도록 돕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뉴욕·로스앤젤레스=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기업#제조#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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