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팟’에 울다 ‘아토피’로 웃다… 부강샘스 이성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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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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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첫 침구살균기 개발

의사 출신으로 가업을 승계한 이성진 부강샘스 대표. 그는 ‘레이캅’이라는 브랜드의 침구류 살균기를 세계 최초로 내놓아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가고 있다. 부강샘스 제공
의사 출신으로 가업을 승계한 이성진 부강샘스 대표. 그는 ‘레이캅’이라는 브랜드의 침구류 살균기를 세계 최초로 내놓아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가고 있다. 부강샘스 제공
“막막한 마음에 소아과에 근무하는 친구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하다 ‘최근 아토피 피부질환이 급증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순간적으로 사업 아이디어를 떠올렸습니다.”

부강샘스의 이성진 대표(42)는 2005년 세계 최초로 침구 살균기를 개발하게 된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자동차부품을 제조하던 이 회사는 2000년대 초반 MP3플레이어 생산에 주력했지만 애플 ‘아이팟’에 밀려 위기를 맞았다. “아이리버 같은 벤처기업들이 MP3플레이어의 대량 생산을 요청해 중국에서 연간 200만 대를 생산했죠. 인력도 2000여 명을 고용했습니다. 하지만 애플의 아이팟이 등장하면서 순식간에 주문이 줄었어요.”

그 돌파구가 침구 살균기였다. 이 대표는 당초 의대에 진학해 의사 생활을 하다 아버지의 뒤를 잇기 위해 미국 듀크대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마친 뒤 회사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2005년경 합류했다. MP3플레이어 생산량의 급감으로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던 그는 “회사가 가진 설계 및 제조 노하우를 바탕으로 직접 제품을 개발하자”며 공감대를 얻은 뒤 의료 분야에서 일했던 자신의 경험을 살려 결국 침구 살균기라는 세상에 없던 제품을 내놓았다.

2007년 ‘레이캅’이라는 브랜드로 출시한 이 제품은 주부들 사이에서 “아토피를 예방해 준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빠르게 팔리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제품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마케팅 측면에서는 성능을 최대한 자세히 설명하는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접근했다”고 말했다.

국내는 물론이고 미국, 일본 등 23개국에 판매되는 레이캅의 지난해 매출은 220억 원. 부강샘스 전체 매출의 약 45%에 이른다.

이처럼 레이캅이 빠르게 성장하는 것을 본 국내 대기업들도 최근 유사한 제품을 내놓고 경쟁에 나섰다. 이 대표는 “대기업이 중소기업 제품을 모방해 시장에 내놓은 것은 그만큼 제품의 향후 성장 가능성을 인정한 게 아니겠느냐”며 “보수적으로 봐도 침구류 살균기 시장은 국내에서만 연간 700억 원 이상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레이캅은 출시 이후 매년 매출이 50%씩 늘었지만 부강샘스는 지난해서야 겨우 이 제품으로 이익을 내기 시작했다. 제품을 다양화하고 기술 및 디자인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려왔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올해는 대기업과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이지만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줄 선물이라는 생각으로 디자인하고 만든다’는 평소의 경영철학을 지켜 나간다면 충분히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기업#부강샘스#침구살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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