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바닥을 찍었다고 말하기는 성급하다. 하지만 깊은 웅덩이에 빠졌다가 다시 올라온 것은 맞다.” 26일 발표된 올 1분기 국내총생산(GDP) 지표에 대해 김영배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이렇게 평가했다. 1분기 GDP가 직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에 비해 0.9% 증가해, 반등에 성공하면서 한국 경제가 경기 저점을 찍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 경기 저점 통과했나
1년 전과 비교해 보면 올 1분기 GDP는 2.8% 늘어나는 데 그쳤다. 2009년 3분기(1.0%) 이후 30개월 만에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4분기의 이례적인 침체 국면이 이어진 결과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말 세계경제는 유럽 재정위기의 여파로 최악의 불황을 경험했다. 한국 경제도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수출 등 주요 지표가 모두 마이너스 성장을 나타냈다.
하지만 올 1분기는 대체로 산뜻하게 출발한 편이다. 민간소비가 전기 대비 1.0% 늘어났고 설비투자와 수출이 각각 10.8%, 3.4% 증가했다. 유일하게 건설투자만 ―0.7%로 뒷걸음질쳤다. 한은 관계자는 “특히 GDP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민간소비가 살아났다는 게 고무적”이라며 “다만 건설투자의 감소는 4대강 사업이 끝나고 정부 지출이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에서 복지로 전환되면서 생긴 현상”이라고 풀이했다.
정부도 전기 대비 성장률이 양호한 점에 주목하면서 경기 흐름이 나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지난해 4분기에는 재고가 많이 늘었는데 1분기에는 상당 부분 해소되면서 향후 생산 증가로 연결될 것이라 기대한다”며 “아직 본격적인 회복으로 보긴 이르지만 당초 정부가 전망한 흐름의 범위 안에 있다”고 설명했다. ○ IB들도 “전망 긍정적”
외국계 투자은행(IB)들도 한국 경제의 앞날에 대한 긍정적인 분석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양호한 재정건전성, 뛰어난 수출 경쟁력, 낮은 은행 리스크 등이 낙관론의 근거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는 “한국의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주요 선진국과 신흥국 가운데 가장 낮은 33% 선”이라며 정부가 재정건전성을 해치지 않고도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칠 여력이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UBS도 “한국이 중국보다 높은 기술력으로 글로벌시장 점유율을 10년 새 1%포인트 끌어올렸고 이런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최근 한국 은행권의 국가리스크가 세계적으로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들은 한국의 가계부채가 소비 위축, 은행 자산건전성 악화 등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유럽 재정위기가 아직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는 데다 삼성경제연구소 등 국내 일부 기관들도 여전히 경제 회복세에 의문을 표시하고 있어 안심하긴 이르다는 신중론도 많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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