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군은 예비고객님? 제품광고장 된 軍훈련장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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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양주 교현훈련장에 올 기업 광고판 8개 설치
‘예산절감 명목 특혜’ 비판

19일 경기 양주시 교현리 교현예비군 훈련장에는 눈에 잘 띄는 곳에 사기업의 대형 광고판이 설치돼 있다. 제보자 제공
19일 경기 양주시 교현리 교현예비군 훈련장에는 눈에 잘 띄는 곳에 사기업의 대형 광고판이 설치돼 있다. 제보자 제공
군부대 안에 사기업의 대형 광고판이 설치된 사실이 확인돼 군이 특정 기업에 특혜를 준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군부대와 기업 간 유착’이라는 의혹도 제기된다.

서울 종로구와 은평구 예비군들이 훈련을 받는 경기 양주시 교현리 교현예비군 훈련장에는 올해 1, 2월에만 SK텔레콤, 한화, 우리은행 등 사기업 간판 8개가 새로 설치됐다. 해당 부대는 예비군의 시가지전투훈련(서바이벌훈련)을 위해 마련한 전술훈련장에 실제 시내 분위기를 재현하기 위해 기존의 건물의 낡은 간판을 새 간판으로 교체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현대건설 ’힐스테이트’를 비롯한 몇몇 간판이 훈련장과 동떨어진 언덕 위에 설치되거나, 연병장에서 마주보이는 건물 벽에 대형으로 걸린 경우도 있어 예비군 훈련자를 겨냥한 노골적 광고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출시된 SK텔레콤의 최신 통신상품 ‘4G 프리미엄 LTE’의 대형(약28m²) 광고판은 두 곳에 설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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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간판 제작과 설치비용은 각 회사가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이 광고판 설치 과정에서 해당 기업과 뒷거래가 있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군부대 관계자는 “각 기업에서 직장 예비군을 관리하고 있는 동대장이 회사 측과 협의해 견적을 내고 알아서 설치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루 8시간의 입소교육을 받는 예비군들은 훈련 동안 영내를 오가며 지속적으로 광고에 노출된다. 훈련에 참가한 예비역 병장 백모 씨(27)는 “결과적으로 군부대가 광고를 소비하는 예비군들을 기업에 팔아넘긴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특정 기업이 훈련시설에 광고판을 설치한 것은 해당 군부대와의 유착을 의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문제가 된 교현예비군 훈련장은 육군 56사단 예하의 서울지역 예비군 훈련장 5개 중 하나로 종로구 관내 44개 기업의 직장 예비군을 관리하며 매년 5만여 명이 훈련을 위해 찾고 있다.

고현국 기자 mck@donga.com
#군부대#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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