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원전사고 대응 느슨… 지경부 아직도 나사 풀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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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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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23일로 예정된 한국수력원자력 주최 ‘원자력 인더스트리 서밋’ 오찬 주재 일정을 행사 직전에야 급하게 취소했다. 그는 핵안보정상회의의 부대행사인 서밋을 포기하는 대신 부산행 열차에 부랴부랴 몸을 실었다. 바로 전날 청와대 보고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장관이 직접 부산으로 내려가서 주민들에게 사고 경위를 설명하라”는 질책을 받은 데 따른 것이었다. 이 대통령의 지시는 원전에 대한 불신을 뛰어넘어 고리 1호기 폐쇄 요구로 치닫고 있는 이 지역의 성난 민심을 반영한 것이었다.

떠밀리듯 부산을 찾은 홍 장관을 바라보는 주민들의 시선은 차가웠다. 당장 일각에선 “홍 장관이 ‘고리원전 1호기와 관련한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보면 안전에 큰 문제는 없었다’는 식의 입장만 되풀이하는 등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흘러나왔다.

홍 장관은 23일 오후 서울행 고속철도(KTX) 열차로 돌아오는 길에 시운전 중이던 신고리 2호기가 급수펌프 고장으로 멈췄다는 보고를 받았다. 이날 장관과 동행했던 한 인터넷 매체가 오후 9시 47분경 이 사실을 보도했지만, 지경부는 오후 11시 44분에야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도 평소와는 달리 출입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조차 보내지 않았다. 이 때문에 밤 12시를 앞두고 마감시간에 쫓기는 대부분의 신문사가 다음 날 조간에 이 내용을 담지 못했다. “원전 고장 정지 등 각종 정보를 한수원 홈페이지에 적극 공개하겠다”던 홍 장관의 발언과는 거리가 먼 조치였다.

더구나 지경부는 고리원전 사고 직후에 터진 보령 화력발전소 화재 발생 당시 ‘상황근무 매뉴얼’을 어기고 9시간 20분이 지나서야 실무자가 장관에게 보고하는 안일한 모습마저 보였다. 당시 담당 과장은 “새벽녘에 실·국장을 깨워 보고하기가 애매한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김상운 산업부 기자
김상운 산업부 기자
국내 원전 역사상 전무후무한 대형 사건이 터졌지만 우리나라 전력 분야를 총괄하는 지경부는 느긋하기만 하다. 대통령의 질책을 듣고서야 움직이는 장관이나, 이 판국에 발전소 화재 보고를 9시간이나 늦춘 일선 과장이나 뭔가 나사가 풀려도 한참 풀린 것 같다는 비판을 들을 만하다. 원전 주무부처가 이래서야 어떻게 산하기관인 한수원 등에 엄정한 대응책 마련을 요구할 수 있겠는가. 지경부는 고리원전 사태를 서둘러 덮겠다는 자세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원전 인근 주민들을 다독이고 관련 대책을 세우는 데 성실히 나서야 한다.

김상운 산업부 기자 sukim@donga.com
#원전사고#홍석우#지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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