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에 거주하는 ‘외국인 집성촌’ 지도가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성북구와 용산구, 서대문구 등지가 인기 지역이었다면 최근 들어선 종로구와 마포구, 서초구, 강남구 등이 외국인이 선호하는 주거지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저렴한 주택을 찾는 외국인이 늘어난 데다 외국인학교가 서울 곳곳에 생기며 주거 선택권이 다양해진 게 첫 번째 요인으로 꼽힌다. 》 패션 음식 문화 등 한국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지역을 거주지로 찾는 외국인이 늘어난 것도 외국인 집성촌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데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외국인 전용임대주택업계에 따르면 필립모리스, GE 등 글로벌 기업들은 2008년 금융위기 이전에는 한국지사에 최고경영자(CEO)급 임원을 파견하는 사례가 많았고, 이들은 대부분 용산구 한남동, 이태원동에서 거주지를 물색했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업체들이 경비 절감 등을 이유로 임원 대신 실무자급 직원을 파견하면서 이들의 거주지도 ‘탈용산구’ 추세를 보인다.
가장 큰 이유는 주거비 지원 차이다. 임원급은 월 1300만∼1500만 원을 지급받지만 직원들은 300만 원 수준에 불과하다. 임원들은 월세가 비싼 용산구 한남동과 이태원동 일대의 고급빌라와 단독주택에서 거주할 수 있었지만 실무급 직원들은 사무실에서 가까운 종로구나 강남구에서 오피스텔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외국인 주거지원 전문업체 ‘아시안타이거즈’의 임현진 차장은 “임원급 1명을 파견하는 대신 실무 능력을 갖춘 직원 3, 4명을 파견하는 추세”라며 “당분간 이런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학교가 많아지면서 가족 단위로 한국을 찾는 외국인이 늘어난 것도 인기 주거지역 변화를 가져오는 요인이다. 1990년대 말까지는 서대문구에 위치한 SFS(서울외국인학교)가 외국인 임직원 자녀의 교육을 전담했다. 하지만 2000년 KIS(한국외국인학교·강남구 개포동), 2010년 덜위치칼리지(서초구 반포동) 등이 속속 문을 열면서 이 지역들을 찾는 외국인도 늘어났다.
19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주상복합아파트 ‘경희궁의 아침’ 단지로 유모차를 끈 외국인이 들어가고 있다. 최근 외국계 기업의 월 주거비 감축과 외국인 학교 증가로 용산구 한남동이나 이태원에서 종로구, 마포구 등지로 이사하는 외국인이 늘고 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용산구 동부이촌동에 모여 살던 일본인들이 최근 마포구 상암동으로 이사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해 서울일본인학교가 개포동에서 상암동으로 이전했고, 올해 드와이트스쿨이 상암DMC에서 개교할 예정이다. 상암DMC공인중개사무소의 이순이 대표는 “일본인이 주로 사는 상암월드컵파크의 경우 전용면적 84m² 아파트의 월세가 150만 원 수준으로 동부이촌동의 반값”이라며 “동네에 공원이 많고 고즈넉해 일본인의 취향과도 잘 맞는다”고 설명했다. 외국계 회사 직원들의 연령이 낮아지면서 대사관이 밀집한 용산구와 성북구 대신 다양한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시설을 갖춘 지역을
선호하는 추세가 확산되고 있다. 예를 들어 패션에 민감한 프랑스계 업체 직원들은 가족과 함께 한국에 머물지 않는 이상 굳이
프랑스학교가 위치한 서래마을에 거주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 이들이 찾는 새로운 보금자리는 카페골목이 있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이나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주변 지역 오피스텔 등이다.
임 차장은 “젊은 외국인들은 첨단 유행을 느낄 수 있는 카페나 패션숍, 식당이 있는 동네를 선호한다”며 “이런 곳에 있는 식당이나 가게에는 대부분 영어로 소통이 가능한 종업원이 있다는 점도 플러스 요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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