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서울 신도림점 계산대 종업원인 이효정 김미회 황윤신 임지은 씨(왼쪽부터)가 지난달 28일 구로노인종합복지관에서 봉사활동을 한 뒤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신세계는 2007년 이들을 포함한 비정규직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신세계 제공
《 신세계백화점 본점에서 10년째 계산대 종업원(캐셔)으로 근무하던 이모 씨(50·여)는 2010년 회사 건강검진에서 초기 갑상샘암 진단을 받았다. 눈앞이 캄캄했지만 회사에서 의료비를 지원해 준다는 말에 마음의 짐을 조금은 덜 수 있었다. 이후 이 씨는 치료비 335만 원 전액을 회사에서 지원받았다. 2007년 그의 신분이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 이 일을 계기로 그는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자신이 받은 도움을 조금이라도 사회에 되돌려 주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그는 지난해 260시간을 봉사활동에 썼을 정도로 봉사 속에서 삶의 새로운 보람을 찾았다. 이는 ‘정규직 전환’이 한 사람의 인생을 얼마나 긍정적으로 바꿔놓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다.
신세계그룹이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에 근무하는 비정규직 5000여 명(이마트 4000여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지 5년이 지났다. 현재 이마트 1만2600명, 신세계백화점 3000명 직원 중 비정규직은 한 명도 없다. 이를 위해 신세계그룹이 5년간 추가로 지불한 비용은 800억 원. 적지 않은 금액이다. 그렇다면 비용을 들인 만큼 회사 측이 거둬들인 효과도 있었을까.
신세계 측이 정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정답은 “예스”이다. 우선 회사에 대한 직원들의 ‘충성도’가 눈에 띄게 개선됐다. 2006년 14.2%에 이르던 캐셔 퇴직률은 지난해 8.3%까지 떨어졌다. 근속기간이 길어지자 직원들의 업무 숙련도가 개선되면서 이마트에서 점포당 계산 오류 건수는 5년 새 75% 줄었다. 제품 바코드를 찍는 속도는 시간당 220번에서 265번으로 20.5% 빨라졌다. 임병선 인사담당 상무는 “효율도 좋아졌지만 고객들이 계산을 하려고 기다리는 시간이 줄어든 것이 더 큰 효과”라고 설명했다.
직원들이 ‘내 회사’라는 인식을 갖게 되면서 서비스는 더 친절해졌다. 이마트에서 점포당 캐셔 부문 불만 건수는 2006년 13.3건에서 지난해 4.6건으로 65% 감소했다. 반면 만족 의견 접수 건수는 0.88건에서 1.47건으로 67% 증가했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보장받게 되면서 사회공헌에 참여하는 직원도 크게 늘었다. 2006년 30.4%에 불과하던 캐셔들의 ‘희망배달 캠페인’ 참가율은 2011년 93.8%에 달해 그룹사 평균 92%를 넘었다. 연간 기부 금액도 2011년 2억2000만 원으로 같은 기간 6배 이상 늘었다.
고용에도 도움이 됐다. 임 상무는 “신세계는 캐셔를 정규직으로 채용해 준다고 입소문이 나다 보니 상시채용을 할 때 경쟁률이 업계 최고인 7 대 1에 이른다”며 “이 중엔 ‘친절왕’이나 ‘우수캐셔상’ 등을 받은 사람들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 직원들은 ‘잡 셰어링’을 위해 월급 인상폭이 소폭 둔화되는 걸 감수해야 했지만 전체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아지면서 유무형의 성과가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사실 유통업체가 모든 직원을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매장 직원 수가 많아서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이 비정규직을 단계적으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고 있지만 업체별로 비정규직 비중은 적게는 23%에서 많게는 62%에 달한다. 임 상무는 “유통업계에서 비정규직들이 주로 하는 일은 고객과의 접점이기 때문에 이들이 만족해야 고객도 만족하는 선순환이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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