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상수지가 23개월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경상수지가 2010년 2월 이후 처음으로 적자(―7억7000만 달러)를 나타냈다고 28일 밝혔다. 유럽 재정위기의 여파가 한국 경제의 수출전선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이런 가운데 국제유가가 4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폭등하고 일본 엔화가치마저 계속 떨어지면서 경상수지를 포함한 경제 전반에 큰 먹구름이 끼었다. 외부 환경의 변화에 쉽게 휘둘릴 수밖에 없는 한국 경제의 모습이 연초부터 그대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 유가 40개월 만에 최고
지난달 경상수지에 가장 큰 타격을 준 것은 수출 감소였다. 1월 수출은 413억5000만 달러로 지난해 1월보다 7.0% 감소했다. 특히 유럽연합(EU) 지역으로의 수출이 37.9% 급감했다. 반면에 수입은 433억8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3.3% 늘었다. 최대 수입품목인 원유의 도입단가가 지난해 1월 배럴당 91.1달러에서 지난달엔 112.5달러로 20달러 이상 껑충 뛰면서 원유 수입액이 17.5% 급증했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원유 가격이 한 달의 시차를 두고 반영된다고 볼 때 2월 원유 도입단가는 114달러로 1월보다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국내 원유수입의 90%를 차지하는 두바이유 가격은 27일 현재 배럴당 122.56달러다. 2008년 7월 말 이후 3년 6개월여 만에 가장 높고 지난해 말 정부의 예측(연평균 100달러 내외)을 크게 뛰어넘은 수준이다. 유가의 이상 급등은 이란과 서방 간의 갈등으로 수급 차질이 우려되는 데다 시중에 풀린 막대한 유동성이 원자재 값을 밀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최성근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이란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고 1년 이상 장기전이 벌어진다면 1970∼80년대 1, 2차 오일쇼크와 비슷한 상황이 도래해 국제유가가 210달러까지 급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 기업 “수출 회복은 난망”
세계적인 경기침체 국면에서 고유가의 파도까지 덮치면 성장률이 급감하고 소비자물가가 뛰는 등 한국 경제 전반에 큰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모건스탠리는 “국제유가가 10달러 상승할 때마다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는 국내총생산(GDP)의 0.8%씩 감소하고 휘발유 가격이 10% 오를 때마다 물가도 1%포인트 상승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정부와 기업들이 한 해 경제정책과 경영계획을 다시 짜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다만 정부는 1월의 ‘적자 쇼크’가 일시적이라는 데 여전히 무게를 두고 있다. 양재룡 한국은행 금융통계부장은 “원유 도입 물량의 40%는 석유제품 수출용으로 사용되므로 유가가 오르면 정제마진이 확대돼 경상수지에 플러스 요인이 되는 효과도 있다”며 “2월 경상수지는 1월 적자를 충분히 상쇄할 정도의 흑자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주요 수출대상국의 경기 회복이 더디고, 최근엔 엔화가치마저 달러당 80엔대까지 떨어진 상태여서 수출경쟁력이 금세 살아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당장 기업체들도 수요 감소로 공장 가동률을 줄이는 등 수출 감소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지난달 중소제조업체의 평균가동률은 70.4%로 2009년 8월 이후 2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중앙회 측은 “설 연휴로 조업 일수가 줄었고 글로벌 경기 둔화로 자동차와 철강업종의 수요가 부진했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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