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den Champion/中企 5색파워]산업용 PDA ‘국내 1위 - 세계 6위’ 블루버드소프트

  • 동아일보

“스마트폰이 쏟아진다 해도 산업현장선 PDA가 딱이죠”

블루버드소프트 직원들이 올해 2000억 원의 매출을 올릴 것을 다짐하며 자사에서 생산한 산업용 개인휴대정보기(PDA)를 들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블루버드소프트 직원들이 올해 2000억 원의 매출을 올릴 것을 다짐하며 자사에서 생산한 산업용 개인휴대정보기(PDA)를 들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택배 왔습니다. 여기에 서명해 주세요.”

택배 기사가 물품을 전할 때면 어김없이 휴대전화보다 큰 기기를 고객에게 내민다. 산업용 PDA다. ‘개인휴대정보기’로 번역되는 PDA는 개인용도 있지만 산업용이 대세다. 산업용 PDA는 스마트폰보다 견고하고 쓰임새가 다양해 산업현장에 꼭 필요한 기기다. 백화점이나 편의점은 물품관리 용도로, 경찰은 신원 조회를 위해, 방문판매 사원은 고객 관리용으로 쓴다.

이 같은 국내 산업용 PDA 시장의 약 80%를 장악하고 있는 기업이 있다. 블루버드소프트라는 중소기업이다. PDA 시장이 무르익기도 전인 1998년부터 기기를 만들어온 이 업체는 지난해 1000억 원의 매출(잠정)을 올리며 국내 1위, 세계 6위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 소프트웨어에서 하드웨어로 변신

이장원 블루버드소프트 사장(44)은 1995년 동료들과 1억 원을 모아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당시 삼성데이터시스템(현 삼성SDS)에 다니던 이 사장은 경영은 친구에게 맡기고 밤을 새워가며 기업용 메신저 소프트웨어 개발에 몰두했다. 1년여 뒤 결과물이 나왔다. ‘블루버드 메신저’다. 당시로서는 획기적으로 영상과 음성통화를 모두 지원하면서 빠르게 시장을 파고들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채택한 기업용 메신저의 원본은 대부분 이 제품일 정도였다. 큰 성공이었다.

그러나 이 사장은 또 다른 고민을 시작했다. 그가 보기에 소프트웨어 시장은 기대보다 발전 속도가 더뎠다. 대기업이 하지 않고, 발전 가능성이 큰 것이 뭘까 고심한 끝에 산업용 PDA 시장에 뛰어들었다. 소프트웨어만 만지던 이들이 하드웨어에 도전한 것이다. 당시 PDA 시장은 심볼, 후지쓰, 캐논 등이 과점하고 있었다. 1998년 첫 제품을 선보였다. 결과는 비참했다. 고작 100여 대가 팔렸을 뿐이었다.

근근이 사업을 이어가던 중 2002년 반전의 기회가 찾아왔다. 풀무원을 시작으로 현대백화점과 롯데백화점이 차례대로 문을 열어줬다. 유통 분야는 산업용 PDA의 가장 큰 수요처지만 극단적인 ‘다품종 소량생산’이 요구된다. 백화점에 납품하는 기기는 디자인이 중요한 반면 택배 기사용 기기는 휴대하기 좋고 단단해야 했다.

이 사장은 “처음부터 업종별로 특화된 제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연구개발에 힘을 쏟았고, ‘이 정도면 됐다’ 하는 자신감이 생긴 뒤에는 밤낮 가리지 않고 거래처를 찾아가 결국 설득에 성공했다”며 활짝 웃었다. 2003년 블루버드소프트는 산업용 PDA 국내 시장점유율 1위에 올랐다.

○ 유행에 흔들리지 않는 제품으로 위기 극복

블루버드소프트는 2005년 ‘피디온’이라는 자체 브랜드를 내놓고 해외 시장을 두드렸다. 수출 물량이 점차 늘어났지만 얼마 가지 않아 스마트폰 열풍이 불었다. 위기였다. 기업들이 스마트폰에 PDA 기능이 있는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을 넣어 사용하면 매출이 확 꺾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나 이 사장은 “스마트폰과 산업용 PDA는 쓰임새가 확연히 다르니 걱정 없다. 승용차 신제품이 쏟아진다고 굴착기를 사는 기업이 없어지겠느냐”며 직원들을 다독였다.

잠시 주춤하던 매출은 이내 회복됐다. 2009년 532억 원에서 2010년 778억 원으로 늘었고, 2011년에는 네 자릿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해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몫은 80%에 이른다.

○ 직원에게 기회를 주는 회사

“외국 거래처를 상대하려면 그 나라 역사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이 사장의 사업 철학이다. 따라서 블루버드소프트의 직원 교육 프로그램에는 반드시 역사가 들어간다. 사옥에는 카페테리아와 도서관을 갖췄다. 직원들이 자유롭게 책을 접하고 토론하도록 장려하기 위해서다. 경영학석사(MBA) 과정 등을 이수하길 원하는 직원에게도 충분한 기회를 주고 있다. 직위는 리더와 매니저로 단순하게 정리했다.

직군 이동도 쉽다. 소프트웨어 직군으로 입사한 직원이 경영이나 마케팅 등에 관심이 있다면 협의를 거쳐 옮길 수 있다. 연봉 수준도 동종 업계보다 10% 이상 높은 편이다. 최근에는 연공서열을 배제한 인사관리로 30대 중반의 임원도 배출했다. 입사 10년차인 김진오 상무(37)와 13년차인 고재인 상무(37)가 주인공이다.

이 사장은 “교육이나 복지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직원들의 자부심을 높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그래야 직원도, 회사도 성장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강조했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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