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북국의 눈보라… 영하 15도 얼음길… 거침없는 질주, 황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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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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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아이스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랜드로버 ‘디펜더’
랜드로버 ‘디펜더’
《선두에서 캄캄한 어둠을 뚫고 도로를 달리던 ‘디스커버리 4’가 오른쪽 지시등을 깜빡거렸다.
잠시 당황했다. ‘우회전 하면 도로가 없는데?’

아스팔트가 깔린 도로만을 달리던 7대의 랜드로버 차량은 선두의 지시에 따라 일제히 스티어링 휠을 오른쪽으로 돌렸다. 캄캄한 침엽수림을 뚫고 눈 덮인 비포장 도로를 선두 차량이 달리기 시작했다.

재규어·랜드로버가 준비한 ‘아이스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의 본격적인 시작이었다. 재규어·랜드로버의 아이스 드라이빙 능력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이 행사는 2일부터 3일까지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와 하멘린나에서 진행됐다.》

○ 탁월한 눈길 주행 능력

재규어 ‘XKR-S’
재규어 ‘XKR-S’
북유럽에 위치한 핀란드는 행사 기간 평균 온도가 영하 15도에 달했다. 하루에도 몇 차례씩 눈발이 휘날렸고, 내린 눈은 녹을 틈도 없이 얼어붙었다. 아스팔트가 깔린 길이라도 주행이 어려울 법한데, 재규어·랜드로버는 굳이 첫 코스로 비포장 길을 골랐다. 재규어·랜드로버의 주행 능력을 유감없이 보여주겠다는 계획에서다.

굴곡진 숲길을 ‘레인지로버’, ‘레인지로버 스포츠’, ‘이보크’ 등 랜드로버의 간판 모델들은 거침 없이 달렸다. 숲길에 진입하기 전, 선두차량이 무전으로 지형반응 시스템을 전환하라고 알렸다.

운전석 오른쪽 센터페시아 콘솔박스에 자리 잡은 지형반응 시스템은 간단한 버튼 조작만으로도 주행 모드를 변경할 수 있는 랜드로버만의 기능이다. 모드는 일반, 눈길, 진흙, 모래, 다이내믹 프로그램 등 총 5종류.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모드는 일반 프로그램으로 온로드와 오프로드에 모두 적합한데, 특히 포장도로와 돌길 등 노면이 단단한 도로에 적합하다.

일반 모드에 놓고 숲길에 접어들었을 때는 스티어링 휠을 타고 바퀴가 약간씩 미끄러지는 느낌이 들었다. 당연히 체인은 장착하지 않은 상태. 하지만 버튼을 누르고 눈길 모드로 전환하자 상황은 달라졌다. 타고 있던 레인지로버 스포츠는 어려움 없이 눈길을 헤치며 앞으로 나아갔다. 흡사 일반 신발을 신고 빙판길에서 엉금엉금 불안하게 걷다가 신발에 아이젠을 장착한 느낌이었다. 스파이크라고 할 수 있는 스터드(stud) 스노 타이어를 장착했다는 점을 감안해도 흔들림 없는 주행이었다. 처음에는 비포장 눈길이라는 불안감에 시속 20km 미만으로 엉금엉금 달렸지만 이내 가속 페달을 더 세게 밟았다. 레인지로버 스포츠는 날렵하게 눈길을 헤치고 나아갔다. 왜 재규어·랜드로버가 핀란드의 울창한 침엽수림을 행사의 첫 번째 무대로 선택했는지 비로소 이해가 갔다.

○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진수, 디펜더

둘째날에는 전날 밤에 달렸던 숲길을 지나 다양한 트랙이 설치된 행사장으로 무대를 옮겼다. 트랙은 원형 트랙, 슬라럼 구간, 핸들링 구간, 그리고 이번 행사의 깜짝 카드인 ‘디펜더’를 시험해 볼 수 있는 평지 구간 등 총 4코스. 슬라럼 구간에서는 레인지로버, 레인지로버 스포츠, 이보크의 차이를 느끼기는 쉽지 않았다. 랜드로버의 세 간판 모델의 매력은 핸들링 구간에서 빛을 발했다.

레인지로버와 레인지로버 스포츠는 육중한 몸매에도 불구하고 굽이굽이 이어지는 핸들링 구간을 무리 없이 빠져나갔다. 물론 지형반응 시스템은 눈길 모드로 맞춰 놓은 상태였다. 개인적으로 가장 운전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단연 이보크였다. 2200cc 이보크 SD4의 전장은 4365mm, 전폭은 1965mm로 결코 작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이보크는 운전자가 원하는 대로 방향을 옮겼다. 눈길에서 확연히 느낄 수 있는 스티어링 휠의 응답성도 뛰어났다.

참가자들에게 가장 인기를 끌었던 모델은 역시 디펜더였다. 1948년 첫선을 보인 디펜더는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한 사진에 단골로 등장하는 SUV 모델이다. 탄탄한 근육질 몸매를 자랑하는 디펜더의 외관만 봐도 ‘정통 오프로드 SUV의 대명사’라는 수식어가 왜 붙었는지 단박에 이해가 갔다. 이번 행사에 등장한 디펜더는 2500cc로 122마력이다. 특히 31인치에 달하는 거대한 타이어를 장착해 ‘빅 풋(BIG FOOT)’이라는 별명이 붙은 모델이다.

시동을 걸자 위아래로 떨림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당연히 변속기는 자동이 아닌 매뉴얼. 기분 좋은 떨림을 느끼며 디펜더는 거침 없이 앞으로 나아갔다. 사람의 발자국 하나 없는 눈길도, 급한 경사도 디펜더는 굉음과 함께 망설임이 없었다. 스티어링 휠의 응답성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길을 만들고 나아간다’는 느낌 그 자체였다. 최근의 ‘부드러운 SUV’ 흐름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향상이지만 오프로드를 위해 태어난 SUV 본래의 목적에 100% 부합하는 차였다.

한편 재규어·랜드로버는 원형 트랙에서는 재규어가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컨버터블인 ‘재규어 XKR-S’를 배치했다. 기존 ‘XKR-S 쿠페’를 기반으로 제작된 XKR-S 컨버터블은 V8 5000cc 슈퍼차저 엔진을 탑재해 550마력의 출력과 69.3kg·m의 최대토크를 낸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불과 4.4초밖에 걸리지 않아 재규어 역사상 가장 빠르고 강력한 모델로 꼽힌다. 외관도, 엔진음도 아름다운 이 차를 제한된 눈길 트랙에서만 달려야 했다는 점은 이번 행사의 유일한 아쉬움이었다.

하멘린나(핀란드)=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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