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잡채-홍삼차 쿠스나” 러 우주인 입맛 잡은 한식

  • Array
  • 입력 2012년 2월 1일 03시 00분


코멘트
“잡채, 홍삼차, 식혜…. 오친브 쿠스나(‘정말 맛있어요’란 뜻의 러시아어)!”

한국식품연구원 융합기술연구본부 김성수 박사팀은 최근 러시아 연방우주청 산하 생의학연구소(IBMP)로부터 반가운 연락을 받았다. 2년 전 개발해 러시아 우주 비행팀에 제공했던 ‘한식 우주식품’ 10종이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았다는 결과 통보였다.

김 박사팀은 2010년 러시아의 ‘화성-500 프로젝트’팀에 우주인용으로 특수 개발·가공한 잡채, 식혜, 비빔밥, 불고기 등을 보냈다. 화성-500 프로젝트는 6명의 우주비행사가 520일 동안 우주선에 갇힌 채 실제 화성을 탐사하는 것과 같은 환경에서 지내는 실험으로, 이들 우주인은 귀환코스에 해당하는 120일 동안 한식 우주식품을 경험했다.

IBMP는 “한식 우주식품은 인증기준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우주인들로부터 받은 관능평가 점수도 매우 높았다”고 밝혔다.

잡채와 홍삼차가 5점 만점에 4.9점을 얻어 가장 인기가 좋았고, 식혜와 비빔밥(각각 4.7점), 카레감자수프(4.6점), 고추장과 녹차(각각 4.5점), 볶음김치(4.3점) 등이 4점 이상의 점수를 받았다. IBMP는 “우주인들은 장기간의 우주여행에서 자칫 입맛을 잃기 쉬운데 한식의 매운맛과 홍삼차 등 건강에 좋은 음료가 이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세계의 우주인 식단은 러시아 음식과 미국식이 대부분이다. 지금까지 우주탐사가 선진국 위주로 이뤄져 온 탓이다. 신규 우주식품 승인 역시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러시아 IBMP 두 곳에서만 이뤄진다. 우주탐사의 꿈에 도전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썩 구미가 당기지 않는’ 식단 환경이다.

김 박사는 “가뜩이나 어려운 우주인 생활에서 음식마저 맞지 않으면 한국 우주인들이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이들 음식은 한국이 추진 중인 장기 우주개발계획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임우선 산업부 기자
임우선 산업부 기자
우주식품 개발은 식품가공기술을 높이는 데도 도움을 준다. 우주식품으로 승인을 받으려면 오래도록 보관해도 변질되지 않게 하는 고온고압 멸균처리, 수분함량 조절 기술 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세계를 넘어 우주로 가는 한식, 그 진화가 기대되는 이유다.

임우선 산업부 기자 imsu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