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대기업의 유별난 호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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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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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대기업들의 ‘호텔 사랑’은 유별나다. 10대 그룹 중 호텔을 갖고 있지 않은 곳은 LG와 포스코밖에 없다. 호텔신라(삼성), 해비치호텔&리조트(현대자동차), 쉐라톤워커힐호텔(SK), 롯데호텔(롯데), 호텔현대(현대중공업), 칼호텔(한진), 그랜드·코엑스 인터컨티넨탈서울(GS), 한화호텔&리조트(한화)가 모두 10대 그룹 소유다.

최근에는 현대그룹도 서울 중구 장충동 남산 자락에 있는 6성급 호텔 ‘반얀트리 클럽 앤드 스파 서울’을 인수하기로 했다. 이 밖에 한진그룹 계열 대한항공은 서울 경복궁 부근에 7성급 호텔 건립을 추진 중이며, 현대중공업은 강릉 호텔현대경포대를 2014년 5월까지 20층, 160실 규모의 호텔로 확장할 계획이다.

그런데 이런 호텔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아직까지 글로벌 경쟁력이 있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해외 진출 사례가 거의 없을뿐더러 상당수의 호텔은 국제적 기준에 비춰 볼 때 고객 대응이나 서비스 마인드도 부족한 편이다.

오랫동안 호텔업을 전문으로 해온 외국기업들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소피텔·노보텔·이비스 등을 운영하는 프랑스의 아코르, 힐턴·콘래드호텔&리조트 등을 가진 미국의 힐턴은 100년 가까이 호텔업에 집중해 세계적인 회사가 됐다.

이들과 달리 우리 대기업들은 호텔을 ‘액세서리’ 정도로 여기는 듯하다. 각 기업에 호텔을 운영하는 이유를 물어보면 ‘거래처 손님 접대’ ‘그룹 행사 진행’ ‘이미지 제고’ 등을 든다. 주요 사업에 보탬이 되기 위한 것이지 호텔 자체가 주요 사업은 아니라는 얘기다. 요즘은 외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라는 이유가 추가되긴 했지만….

일각에서는 대기업이 호텔을 거느리는 이유가 ‘현금 장사’라든지 ‘부동산 투자’를 위한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땅을 사 호텔을 지어놓으면 안전한 자산이 되기 때문에 너도나도 하려 한다는 것이다.

경쟁력 있는 호텔은 외화를 버는 수입원이 될 수 있다. 한국관광호텔업협회 관계자는 “호텔은 최첨단 관광산업이자 복합 문화예술 산업”이라고 말했다. 대기업들의 호텔사업 진출이 한국 호텔산업의 경쟁력을 한 계단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김현지 산업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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