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디자인, 예술 속으로

  • 동아일보

■ 넥슨 디자이너 6명 전시회

게임업체 넥슨의 게임 아티스트 여섯 명이 18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313 아트프로젝트 전시관에서 게임 ‘마비노기’ 캐릭터를 담은 모니터 옆에 모였다. 이들은 “게임 디자인도 당당한 예술의 영역으로 봐달라”고 말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게임업체 넥슨의 게임 아티스트 여섯 명이 18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313 아트프로젝트 전시관에서 게임 ‘마비노기’ 캐릭터를 담은 모니터 옆에 모였다. 이들은 “게임 디자인도 당당한 예술의 영역으로 봐달라”고 말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게임은 이미 우리 일상에 깊게 자리 잡았는데도 왜 항상 하위문화 취급을 받을까요?”(이은석 팀장)

“왜 게임회사에 다닌다고 하면 이상한 눈빛으로 볼까요?”(이진훈 파트장)

이은석 이진훈 김호용 이근우 한아름 김범 씨. 게임에 빠져 지내던 디자이너 6명이 현실로 뛰쳐나왔다. ‘보더리스’라는 주제로 전시회를 여는 이들을 18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갤러리에서 만났다.

“보더리스는 경계를 넘는다는 뜻입니다. 게임과 예술의 경계가 될 수도 있고, 하위문화와 일반문화의 경계이기도 합니다. 이를 넘어서는 시도를 하고 싶었습니다.”

이은석 씨는 전시회의 의미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넥슨은 ‘바람의 나라’ ‘메이플스토리’ 등을 연달아 히트시킨 글로벌 게임개발사다. 컴퓨터그래픽과 디자인도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찬사를 듣는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아직도 일부 계층만 즐기는 하위문화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지만 사람들의 시선이 때로는 불편하게 느껴졌다는 것. 이진훈 씨는 “똑같은 고민을 하고, 시간을 들이는데도 게임 속 디자인이라는 이유로 사람들에게서 폄하하는 소리를 들을 땐 자괴감이 느껴지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이들은 게임이 예술로 인정받는 사례로 일본 작가 무라카미 다카시 씨를 소개했다. 이미 미국 일본 등에서는 게임 속 캐릭터와 디자인을 바탕으로 한 미술이 예술의 한 장르로 받아들여지는 추세라는 것이다. 특히 무라카미 씨는 명품 업체와 협업해 작품을 만들 정도로 게임 미술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전시된 작품은 모두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조화를 꾀한 것들이다. 이들은 그동안 작업해온 마우스와 태블릿PC를 버리고 붓과 조각칼을 손에 쥐었다. 이은석 씨는 ‘아바타 미러’라는 작품명으로, ‘현실의 관람자’가 ‘가상의 거울’에 비치는 모습을 구현한 설치 작품을 선보였다. 한아름 씨는 기존에 컴퓨터로 작업했던 ‘마비노기2’의 캐릭터를 대형 캔버스에 담았다. 이진훈 씨도 캠프파이어를 디지털 화면에 표현했다. 김범 씨는 디지털 세계에서 이뤄지는 따뜻한 교감을 유화로 그려냈다. 이근우 씨는 컴퓨터 부품으로 마비노기의 주요 캐릭터를 픽셀아트처럼 표현했다.

이들에게 마지막으로 게임 미술의 미래를 묻자 아주 평범한 답이 돌아왔다. “그동안 ‘게임장이’로 게임에 미쳐 살아왔습니다. 내가 하는 일이 게임 속 세상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의미 있는 일로 평가받았으면 좋겠습니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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