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칼럼]당신의 시간은 ‘크로노스’일까 ‘카이로스’일까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12일 03시 00분


헬라어로 시간을 뜻하는 말에는 두 가지가 있다.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물리적 시간인 ‘크로노스’와 특별한 의미가 부여된 시간인 ‘카이로스’다. 크로노스가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객관적 시간이라면 카이로스는 사람들에게 각각 다른 의미로 적용되는 주관적 시간이다. 비록 찰나일지라도 구체적 사건 속에 놀라운 변화를 체험했던 시간을 그리스인들은 카이로스라 부른다.

새해가 시작됐다. 올 한 해가 벽에 걸린 2011년 달력을 2012년 것으로 바꿔 다는 데서 그치지 않으려면 인생의 전환점이 될 만한 카이로스의 때를 만나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시간을 바라보는 개인의 자세다.

시간을 크로노스로만 받아들이면 시간의 노예로 수동적 삶을 살기 쉽다. 반면 시간을 카이로스로 바라보면 시간의 주인으로서 능동적 삶을 영위하려는 자세를 갖게 된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2000년대 모 기업 이미지 광고 구호처럼, 카이로스적 시간관을 가진 이들은 1분, 1초를 허투루 보내지 않고 매 순간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힘쓴다.

사람들이 각자 자신의 일터에서 능동적으로 시간에 대처하는 자세를 갖기 위해선 개인 차원의 사고 전환 노력과 함께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 조직 구성원들이 카이로스의 때를 만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 지도자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바로 인생을 걸 만한 목표와 사명감,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조직 구성원들과 공유해야 한다.

아직도 국내 대기업 총수들 중에는 신년사를 통해 ‘매출액 OO억 원 달성’ ‘영업이익률 OO% 개선’ 등 재무적 성과를 새해 목표로 제시하는 이들이 있다. 이런 무미건조한 목표가 조직 구성원들에게 감동을 줄 리 없다. 창의와 자율성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는 21세기 지식경제 사회에선 더더욱 그렇다.

지난해 최고 베스트셀러로 꼽힌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펴낸 쌤앤파커스의 신입 직원들은 반드시 ‘사명 선언식’에 참석해야 한다. 수습 기간이 끝나면 누구나 자신이 출판업을 통해 이루고 싶은 인생의 사명을 선언문 형태로 작성해 전 직원 앞에서 낭독해야 한다. “나의 사명은 빈부의 격차가 앎의 격차, 나아가 삶의 격차가 되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건강하고 윤택한 정신세계를 가꾸도록 돕겠다” 등 신입 직원들의 사명 선언문은 이후 사무실 한쪽 벽면에 선배들의 사명 선언문과 함께 나란히 걸린다.

이방실 미래전략연구소 기업가정신센터장
이방실 미래전략연구소 기업가정신센터장
박시형 쌤앤파커스 대표는 “처음엔 ‘이게 뭐지’ 하며 의아해하던 직원들도 이젠 사명 선언식을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던 일 중 하나로 꼽기를 주저하지 않는다”며 “자신의 삶의 목적과 존재 이유를 갖게 되면서 그들이 느끼는 감격과 변화는 실로 놀랍다”고 전했다. 쌤앤파커스가 2006년 출범 이후 해마다 베스트셀러를 펴낼 수 있었던 비결은 이처럼 사명 선언식을 통해 전 직원들이 확고한 비전을 수립하고 공유하기 때문은 아닐까. 조직 구성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조직원들과 함께 공유함으로써 조직과 개인의 비전을 일치시키는 데 기여하는 지도자, 카이로스의 때를 만들어가는 리더들이 올 한 해 더욱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이방실 미래전략연구소 기업가정신센터장 smile@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저널 DBR(동아비즈니스 리뷰) 97호(1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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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 ‘신성장 공장’ 성공비결

▼ Harvard Business Review


토머스 에디슨의 실험실이 갖고 있던 창의력과 헨리 포드의 ‘모델T’ 자동차 공장이 갖고 있던 대량생산 속도 및 안정성을 결합할 방법은 없을까. 2000년대 초 혁신으로 인한 매출과 수익 목표를 달성한 사례가 15%에 불과했던 P&G는 고민을 시작했다. 고민의 결과로 탄생한 조직이 ‘신성장 공장(new-growth factory)’이다. 신성장 공장은 혁신을 체계화하기 위한 조직으로 대규모 신사업 창조 그룹, 집중 프로젝트팀, 각 팀이 신속하게 시제품을 개발하고 시장에서 신제품과 신사업 모델을 검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전문 인력으로 이뤄졌다. 이 조직으로 P&G는 핵심사업을 튼튼히 하는 동시에 혁신적인 성장 기회를 포착하는 역량을 강화할 수 있었다.


‘10X’ 7개 기업의 공통점은…

▼ Best Seller Preview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 ‘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How the Mighty Fall)’와 같은 경영 베스트셀러의 저자인 짐 콜린스가 신작을 냈다. 이번에는 불확실하고 혼돈스럽기까지 한 시장에서 뛰어난 실적을 올리는 기업들의 비밀이 주제다. 책 제목은 ‘그레이트 바이 초이스(Great by Choice)’. 콜린스는 모튼 한센 교수와 함께 9년 동안 연구를 통해 2만400곳의 상장기업 중 최소한 시장 평균 수익의 10배 이상의 실적을 내는 7개 기업을 선정해 공통점을 분석했다. ‘10X’라고 불리는 7개 기업에는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MS), 사우스웨스트에어라인 등이 포함됐다. 이 책의 주요 내용을 요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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