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빛 재건축’ 끝모를 추락

  • Array
  • 입력 2011년 12월 5일 03시 00분


코멘트

급매물 쏟아지는데 문의전화마저 뚝… 집값 하락 가속

《 “팔려고 내놓은 매물은 늘어나는데 사겠다는 사람은 없다. 요즘엔 매물을 찾는 문의전화도 안 온다.”(서울 강남구 대치동 A부동산중개업소) “예전에도 10억 원 밑으로 떨어진 적이 있지만 2000만∼3000만 원 정도 하락하는 데 그쳤다. 지금 9억6000만 원짜리 매물까지 나왔으니 지지선이 무너진 것으로 봐야 한다.”(서울 송파구 잠실동 B중개업소) 》
부동산 경기의 바로미터로 꼽히는 서울 재건축 시장의 하락세가 깊어지고 있다. 올 한 해 지속된 수도권 주택시장 침체와 유럽발 재정위기 등의 악재로 강남·서초·송파·강동구 등 강남 4개 구를 포함한 서울시 재건축 매매가는 지속적으로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이후 불거진 ‘재건축 속도 조절론’에 대해 서울시가 공식적으로 사업추진 입장을 거듭 밝혔지만 가격을 낮춘 급매물이 쏟아지며 집값 하락은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 개포주공, 올 들어 3억 원 하락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는 올 1, 2월 소폭 오르다가 3월 마이너스 변동률로 돌아선 뒤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올 초 강남 4개 구 재건축 아파트의 3.3m²당 평균 매매가는 3260만 원까지 올랐지만 12월 2일 현재 3065만 원으로 200만 원 가까이 내려앉았다.

특히 지구단위계획을 통과하고 정비계획안까지 발표하며 재건축 시장을 주도하던 강남구 개포주공은 1단지 전용면적 52m²가 올 초 12억 원을 웃돌았지만 현재 9억 원을 밑돌고 있다. 1월 말보다 3억 원 가까이 가격이 떨어진 것이다.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 전용면적 76m²도 1월 말 평균 매매가가 11억7500만 원이었지만 현재 10억 원에 거래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 같은 추락세에 대해 “유럽발 재정위기로 국내외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깊어지면서 부동산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임대주택 8만 호 건설 등 주택시장 공공성 강화를 내세운 박원순 서울시장의 등장 역시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 강남 재건축 시장…박원순 효과?


실제로 지난달 16일 박 시장 취임식 이후 처음 열린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개포동 개포주공 2·4단지와 시영아파트 등 3개 단지에 대한 재건축 정비구역 지정을 보류하자 재건축 하락세는 눈에 띄게 가팔라졌다. 강남, 송파구의 일부 재건축 단지는 박 시장 취임 후 한 달 만에 최고 5000만 원 이상 떨어지기도 했다.

박 시장은 지난달 30일 취임 1개월 기념 간담회에서 최근 재건축 사업 보류에 대해 “공공성 강화 차원에서 보완하도록 결정한 것”이라며 “서울시 재건축 정책은 과거와 다른 게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재건축 사업의 공공성을 강조하면 사업 속도가 늦어지고 수익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어 현장에선 시장을 더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개포동 C중개업소 관계자는 “서울시가 개포주공 사업을 보류한 것에 대해 대기 수요자들이 아주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말했다. 잠실의 또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는 “재건축 투자는 어차피 오랫동안 돈을 묻어놔야 하는 만큼 재건축에 부정적인 시장을 피해 투자시기를 늦추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 “침체 한동안 이어질 것”


대다수 전문가는 재건축 시장 침체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일부에서는 “재건축으로 돈 버는 시대는 끝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저가 매물을 기다리는 대기 수요가 있기 때문에 가격 폭락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임병철 부동산114 팀장은 “당분간 이렇다할 개발호재가 없기 때문에 재건축 시장이 갑자기 좋아지긴 어렵다”라면서도 “어느 선까지 가격이 떨어지면 저가매물 수요가 있어 하락세와 회복세가 한동안 반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