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울부짖는 타이어 마찰음서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죠”

  • 동아일보

스턴트 드라이버 ‘로니 벡셀베르거’
평행주차의 달인으로 기네스북 올라
“황소처럼 날뛰는 차… 스릴 느끼려 스턴트 택해”

평행주차 세계기록 보유자인 로니 벡셀베르거(28)씨가 스턴트 묘기를 위해 특수 개조한 폴크스바겐 골프 GTI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평행주차 세계기록 보유자인 로니 벡셀베르거(28)씨가 스턴트 묘기를 위해 특수 개조한 폴크스바겐 골프 GTI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생명보험이오? 일부러 들지 않았어요. 공포를 이겨내고 운전 묘기를 자신 있게 선보이기 위해서지요.”

평행주차 신기록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주차의 달인’으로 세계적인 인지도를 얻은 독일 폴크스바겐그룹의 스턴트 드라이버 로니 벡셀베르거(28) 씨는 11세 때 카트 운전을 시작한 이래 줄곧 ‘아드레날린’을 좇아왔다. 드리프트(차의 뒷바퀴를 미끄러뜨려 빠른 속도로 코너링을 하는 레이싱 기술)로 가파른 코너링을 지날 때 울부짖는 타이어의 마찰음에서 살아있음을 느낀다.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좁은 틈새를 시속 150km로 빠져나가며 희열을 만끽한다.》
전 세계를 돌며 100여 차례에 걸쳐 스턴트를 펼쳐 온 그에게도 두려움은 있다. 그는 ‘만에 하나’라는 불길한 가능성을 뇌리에서 지우기 위해 생명보험에 들지 않았다. “그러지 않으면 이 일을 할 수가 없다”고 했다. 그 대신 하나의 동작을 익히기 위해 훈련을 몇 번이고 반복하는 태권도나 가라데 같은 동양무술에 심취했다. 그는 “스턴트에 비결은 없다”며 “하나의 완벽한 묘기를 선보이기 위해서는 그저 수십만, 수백만 번의 훈련과 끈기가 필요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의 첫 차는 1989년 출시된 폴크스바겐 골프 마크2. 이 차가 인연이 되어 스턴트 드라이빙을 시작한 이후 줄곧 폴크스바겐의 고객 시연행사에 동참하고 있다. ‘전매특허’는 스턴트 평행주차다. 차를 타고 빠른 속도로 달려 나가다 브레이크를 밟으며 급격히 운전대를 꺾는다. 180도로 회전해 미끄러지며 차 한 대가 겨우 들어갈 공간에 차를 구겨 넣는다. 앞 차와의 거리는 26cm. 그가 세운 기네스 기록이다.

그는 “더 짜릿한 걸 보여 달라”는 기자를 폴크스바겐의 고성능 해치백(뒷좌석과 트렁크가 합쳐진 형태의 차) ‘골프 GTI’에 태우고 트랙을 질주했다. 가드레일과 차의 틈새를 종이 한 장이나 들어갈까 싶을 정도로 좁힌 채 달렸다. 속도를 시속 140km까지 높였다가 빠르게 줄이며 차를 두세 바퀴씩 회전시켰다. 차는 성난 황소처럼 날뛰었지만 그의 표정은 차분했다. 운전대를 돌리고 가속페달을 밟으며 변속기와 핸드브레이크를 조작하는 동작 하나하나에 평소 연습량을 짐작케 하는 절도가 배어 있었다.

처음부터 스턴트 드라이버가 되려 했던 것은 아니다. 그는 카트를 시작으로 레이싱 드라이버가 되기 위한 절차를 차근차근 밟아왔다. 레이싱 대회 출전만 370여 회. 2004년 독일 쾨니히 포뮬러 대회에서 우승컵을 쥐기도 했다. 카트 시절에는 ‘포뮬러원(F1)의 황제’ 미하엘 슈마허(메르세데스GP 페트로나스)와 한솥밥을 먹었다. 그는 스턴트를 선택한 이유가 “더 많은 스릴을 느끼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가장 위험했던 순간이 언제였느냐고 물었다. F3(포뮬러3·F1, F2보다 낮은 등급의 경주대회) 대회에 출전했을 때 시속 250km로 달리다 뒤에서 오는 차에 받혀 미끄러진 차체가 벽면에 1cm까지 다가간 적이 있다고 했다. 생명의 고비를 수차례 넘겼음에도 그는 운전대를 놓을 수 없었다고 했다. 아슬아슬한 운전보다 차라리 비행기를 타는 게 무섭다고 했다. “왜냐면 내가 직접 운전하는 게 아니잖아요.”

한국 운전자들에게 안전운전을 위한 조언을 해 달라고 했다. 그는 “요즘 나오는 차들에는 차체자세제어장치(ESP)나 전후방 감지센서 등 다양한 전자식 안전장치가 달려 있다”면서 “이런 기능의 특성들을 익히고 적극적으로 사용하라”고 했다. 겨울철 빙판길이나 빗길에서는 차가 균형을 잃기 쉬우니 운전대의 반응을 최대한 민감하게 살피고 위급상황에는 지체 없이 운전대를 적극적으로 돌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인터뷰가 끝날 때까지 거듭 당부했다. “절대 잊지 말아요. 어떤 순간에도 안전벨트는 꼭 착용해야 합니다.”

이진석 기자 ge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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