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위기, 내년 1분기 고비…한국도 휘청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3일 06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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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금융위기에 따른 혼란과 충격이 내년 1분기에 정점에 도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3일 증권업계와 민간경제연구소, 국제금융센터 등에 따르면 다음달 이후 그리스정부의 2차 구제금융안 수용과 유로존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가 이뤄지면 여파가 전 세계로 급속히 확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투표의 충격은 291조원에 이르는 유로존 국채 만기연장 어려움→유럽 경기침체 심화→중국의 무역수지 적자→세계적인 공포 확산→한국경제 타격 등의 경로를 밟으며 위기가 내년 1분기에 최고점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투표 결과, 2차 구제금융안이 부결되고 유로존 탈퇴가 결정되면 그리스는 `질서 없는' 국가부도 사태를 피할 수 없게 된다. 이는 유럽국가 전체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

내년 1~3월에 만기를 맞는 유로존 국채물량은 그리스와 이탈리아, 스페인 등을 모두 합치면 1889억유로(약 290조원)나 된다. 그리스 부도사태는 유로존 국가들이 발행한 국채의 만기 연장을 가로막고 금융기관들의 연쇄부도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

김재홍 신영증권 수석연구원은 "안전장치를 마련하기도 전에 그리스가 파산하면 돈을 빌려준 유럽 금융기관들이 채권 손실을 한꺼번에 반영해 도산할 가능성이 커진다. 한마디로, 예금 대량인출과 연쇄적인 부도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스 위기가 한고비를 넘겨도 경기 침체로 향하는 절차를 피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많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 연구위원은 "그리스가 부도를 피하고 유럽 정상들이 합의한 대책이 계획대로 시행돼도 근본적인 처방이 되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 그리스가 재정 적자 감축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거나 다른 문제가 발생하면 현재의 계획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더욱이 유럽 국가들이 재정문제 해결을 위해 유동성을 축소하는 강도 높은 긴축에 나서고 있어 내수 부진으로 인한 장기 불황에 빠질 수 있다.

당장 내년 1분기부터 유럽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렇게 되면 세계 경제의 버팀목인 중국 경제가 큰 타격을 받게 된다. 지난해 중국의 수출에서 유럽이 차지하는 비중은 22%로 미국의 17%보다 높았다.

국내외 금융기관 상당수가 이미 중국의 내년 1분기 경제성장률을 7%대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 경제의 최근 10년간(2001~2010년) 평균성장률은 10.5%였고 잠재성장률이 10% 안팎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7%대 성장률은 경착륙을 의미한다.

분기 기준으로 중국 경제성장률이 8% 밑으로 내려간 것은 2008년 4분기(6.8%)와 2009년 1분기(6.5%)가 유일하다.

SK증권 이동섭 리서치센터장은 "유럽 경기의 침체로 중국이 내년 초 무역적자 상태에 빠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1분기에 7%대에 머물 가능성도 있다. 다음 달 발표되는 선행지표들이 신호를 보낼 것이다. 만일 6%대 성장에 머물면 세계 금융시장은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중국에는 부동산 가격 하락이라는 잠재적인 악재가 남아 있다. 메리츠종금증권 박형중 투자전략팀장은 "중국의 수출 둔화보다 우려되는 것은 부동산 버블의 붕괴다. 부동산 가격이 내려가면 소비와 투자가 위축돼 충격이 클 것이다"라고 말했다.

대우증권 서대일 연구원은 "중국 부동산 문제는 경착륙이냐 연착륙이냐가 남아있을 뿐 집값 상승에 따른 소비부양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의 실물 경제도 이미 흔들리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스위스 대형 금융그룹인 UBS는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2.8%까지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내년 초에 한국의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 경제의 성장을 이끌었던 수출에도 이상 조짐이 나타났다. 지난 10월의 전년 동기 대비 수출 증가율은 한자릿수대(9.3%)로 떨어졌다. 지난 9월까지 전년 동기대비 월별 평균 증가율은 22.8%였다.

SK증권의 이 센터장은 "국내외 경제상황을 종합하면, 내년 1분기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증권시장을 비롯한 금융시장은 당분간 부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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