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신사업 입지 선정, 대목장의 눈으로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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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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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윤철 롯데백화점 신규사업부문장이 말하는 ‘기업 부동산 전략’

노윤철 롯데백화점 신규사업부문장은 최근 DBR(동아비즈니스리뷰)과의 인터뷰에서 “‘상권이 나빠도 지가는 상승한다’는 과거의 성공 공식이 더는 통하지 않는 시대”라며 “부동산 투자의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제공
노윤철 롯데백화점 신규사업부문장은 최근 DBR(동아비즈니스리뷰)과의 인터뷰에서 “‘상권이 나빠도 지가는 상승한다’는 과거의 성공 공식이 더는 통하지 않는 시대”라며 “부동산 투자의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제공
“대목장(大木匠)이 위치를 잘못 잡으면 소목들이 아무리 뛰어나도 건물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어요.”

노윤철 롯데백화점 신규사업부문장(50·이사)은 신사업 개발자를 집을 짓는 대목장에 비유했다.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시장과 기업 전략의 큰 판을 읽고 필요한 땅을 고르는 안목이 중요하다는 것. 20년 넘게 신사업 개발 업무를 담당해온 백전노장 ‘땅 박사’가 보기에도 요즘 기업 부동산 환경은 만만치 않다. 노 이사는 “과거 성공 공식이 더는 통하지 않는 시대”라고 강조했다. 입지를 선점해 투자이익을 기대하는 1세대 부동산 투자에서 인수합병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2세대 투자로 진화했고, 이제는 전사적 기업 전략을 일치시키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기업 부동산 전략이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DBR 90호(2011년 10월 1일자)는 노 이사와의 인터뷰 등을 통해 기업 부동산 전략을 스페셜 리포트로 다뤘다. 다음은 노 이사와의 일문일답.

―최근 기업 부동산 환경이 어떻게 바뀌었나.

“과거에는 땅을 대충 봐도 ‘바로 여기다’라는 감이 왔다. 이젠 쉽지 않다. 부동산 관련 모든 정보가 다 공개돼 대기업이 정보력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가질 수도 없다. 제2금융권은 물론이고 외국펀드까지 부동산 시장에 가세하고 있다. 경제나 인구도 예전처럼 빠르게 성장하지 않고 있다. 유통업계도 수평, 수직적 복합화가 진행돼 경쟁도 치열하다. 고객들은 웬만한 시설에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정부 정책이 3년, 5년 단위로 바뀔 정도로 변화의 속도도 빠르다. 게다가 국내는 세계 경제 환경까지 챙겨야 한다. 늘 느끼는 거지만 고객들이 무서워졌다.”

―이런 변화가 백화점 사업 모델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과거 성장기엔 입지가 좀 나빠도 백화점이 들어서면 주변 상권이 형성됐다. 지금은 아파트도 미분양이 나는 시대가 아닌가. 한때 마트가 백화점을 앞설 거라고 했는데 벌써 성장이 정체되고 있다. 백화점은 20∼30년을 성장해 왔는데 마트는 불과 10여 년 만에 정체에 들어갔다. 일본을 봐라. 대형 쇼핑몰이 돌풍을 일으켰지만 벌써 성장률이 둔화됐다. 고객들이 자꾸 새로운 것을 찾으니 유통업도 변할 수밖에 없다. 이 변화를 따라잡는 게 어렵다. 백화점 용지를 사고 허가를 받는 데 1년, 건물을 아무리 빨리 지어도 3년이 걸린다. 그런데 시장 환경은 더 빨리 변한다. 다변화되는 환경에 ‘만병통치 신규 사업’은 없다고 봐야 한다.”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고객의 욕구를 선제적으로 파악하는 수밖에 없다. 미래의 주력 고객인 10대, 20대까지 봐야 한다. 현재를 사는 인간의 미래를 이해하려면 인문학적 지식이 무척 중요하다. 예전엔 ‘현장에 답이 있다’고 했다. 이젠 구글의 인공위성 사진으로 현장 위치와 공사 진행까지 확인하는 시대다. 기술 발전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당면한 문제는 일본, 미국이 5년이나 10년 전에 겪은 것일 수 있다. 선진국의 위기 속에서 살아난 기업과 무너진 기업을 연구한다. 이 결과 올해 5월 대구에 라이프스타일센터를 열었다. 백화점의 60∼80%를 차지하던 판매시설을 줄이고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문화엔터테인먼트를 집어넣었다. 문제는 판매시설이 줄면 수익성이 준다는 점이다. 이를 극복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부동산의 소유 형태에도 변화가 있나.

“백화점 하나 짓는 데 1000억∼2000억 원이 들었는데 이젠 5000억 원이 기본이다. 부동산에 몇천억 원씩 묵혀 놓으면 빠른 변화에 대처할 수 없다. 과거에는 실패해도 땅을 팔면 그만이었다. 이젠 어렵다. 5000억 원짜리 대형 부동산을 누가 소화할 수 있겠나. 집 안에 모셔 놓은 ‘황금송아지’가 되는 것이다. 요즘엔 공생하는 방법이 등장하고 있다. 펀드들이 해외자금을 모아 건물을 짓는다. 유통업체는 이 매장을 빌려 영업을 하고 매출액의 몇 %를 수수료로 낸다. 펀드는 이렇게 연 6∼8%의 목표 수익률을 맞춘다. 유통업체는 부동산에 대규모 자금이 묶이는 것을 피할 수 있다. 펀드는 백화점이 빠져나갈 때를 대비해 오피스텔 등으로 전용할 수 있도록 건물을 짓는다. 우리는 3년 전부터 부동산 직접투자를 피하고 있다. 김포공항이나 평촌 등에 새로 여는 매장도 임대로 들어간다. 1만5000평 규모의 백화점을 내는 데 내부 인테리어 비용은 300억 원밖에 안 든다.”

―부동산 가치 평가와 리스크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예전에는 지가 상승 요인과 미래가치를 중요하게 고려했다. 최근에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현재가치를 중심으로 판단한다. 최소 3년, 길어도 10년 내에 자금을 회수할 수 있어야 사업 타당성이 있다고 본다. 5년 뒤의 건물 활용가치를 높이기 위해 구조와 강도도 높여 짓는다. 리스크 관리도 중요하다. 용지를 매입해서 파보니 불법 매립한 쓰레기가 나와 당황했던 적도 있다. 전력이 부족해 먼 변전소에서 전기를 끌어와야 하거나 하수관로가 작아 이를 확장하는 비용을 추가로 내기도 했다. 매입한 땅의 지반이 약해 수백억 원을 더 부담하는 일도 있었다. 요즘엔 리스크를 사전에 대비하기 위한 체크리스트에 따라 업무를 진행한다. 계약할 때 토목측량, 지질조사 내용을 요구하고, 계약 후 발생한 문제의 책임 소재와 처리 방법도 계약서에 명시한다.”

―신규 사업과 부동산 개발 업무의 변화는….

“예전엔 기획부서가 땅을 골라 통보하면 다른 부서가 일을 시작했다. 과거엔 점포 개점 6개월 전에 영업부서에 통보했다. 지금은 기획 단계부터 입지개발과 마케팅팀이 같이 움직인다. 개점 3년 전부터 함께 입점 브랜드를 협의하는 것이다. 확정 단계에 오면 디자인, 영업, 마케팅, 건설, 법무팀이 참여한다. 상생과 협업이 가장 중요하다. 협력업체도 중요한 고객이다. 이젠 주요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입지, 마스터플랜, 공간구성 등의 사업 계획을 사전 브리핑하고 협력을 모색한다. 30∼50%의 입주의향서를 미리 받아 놓고 용지를 매입하는 식으로 바뀌었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이수정 인턴연구원 한국외국어대 법학과 4학년  
○ 노윤철 신규사업부문장은?


20년 넘게 신사업과 용지 개발 업무를 담당해온 노 이사는 1989년 롯데쇼핑에 입사해 신규사업부문 장기사업개발팀 과장, 장기사업기획팀장을 거쳐 현재 신규사업부문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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