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린 성 옌지 시 서시장 주변에 있는 ‘한국백화점(한백)’. 한국 중소기업 제품 전용
매장으로 현재 리모델링 공사를 하고 있다.
1일 중국 지린(吉林) 성 옌지(延吉) 시 서시장. 떠들썩한 재래시장 점포 사이로 낯익은 한국상표가 붙은 물건을 한 무더기씩 쌓아놓고 파는 곳들이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아예 중국 간체자로 ‘한국’이라고 쓴 간판을 달고 영업하는 매장도 적지 않았다.
이들이 취급하는 품목은 여성 화장품부터 속옷, 라면, 과자, 음료 등 없는 게 없을 정도로 다양했다. 시장 옆 대로변은 PC방과 노래방이 즐비해 한국 거리를 연상케 했다. 서시장은 옌볜(延邊) 조선족 자치주에서 가장 큰 재래시장으로,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의 남대문시장에 해당한다.
서시장 주변 최신 도심 상권인 인민로의 백화점들도 한국 가전매장을 따로 만들어놓은 곳이 많았다. ‘한국백화점(한백)’은 아예 한국 제품만 들여놓았다. 한백을 운영하는 중국동포 조현일 대표는 “조선족 220만 명 가운데 50만 명이 한국에서 살고 있어 한국 문화나 상품에 자연스럽게 동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래서인지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어 함경북도 사투리를 쓰는 이곳에서 ‘머리설계’(미용실)와 같은 북한식 간판은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
중국동포가 밀집해 있는 만주 지역의 이른바 동북 3성(지린, 헤이룽장, 랴오닝 성)이 중국 내 틈새시장을 노리는 한국 기업에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 문화와 친숙한 이 지역의 소비시장과 지방정부에서 제공하는 각종 인센티브 덕분이다.
이날 찾은 옌지 시 경제개발구 내 ㈜대륙은 공장 1층에 최신 설비를 새로 들여놓느라 어수선했다. 지난해 4월 이곳에 입주한 이 회사는 전기차단기 분야에서 손꼽히는 강소(强小)기업이다. 대륙은 이미 2003년 중국 상하이에 생산거점을 세웠지만 옌지 공장의 생산비중을 점차 높이고 있다. 외자 기업에 대한 특혜가 거의 사라진 상하이와 달리 동북 3성은 세금이나 임대료 등에서 다양한 혜택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옌지 시정부는 경제개발구에 입주하는 외국 기업에 법인세 감면(이윤 발생 후 2년까지 면제, 3년째부터는 7.5% 감면)은 물론이고 설립 후 3년간 임대료 전액을 면제해준다. 이에 따라 대륙은 현재 약 2644m²(약 800평)에 이르는 땅을 빌려 공장을 지었지만 월 200만 원에 이르는 임대료를 한 푼도 내지 않는다.
1일 중국 지린 성 옌지 시 경제개발구 내 ㈜대륙의 공장에서 한족 근로자들이 전기차단
기를 만들고 있다. 옌지=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우리말이 통하는 중국동포를 현지 인력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대륙의 박상열 법인장(총경리)은 “조선족들이 문화적으로 이질적인 한족 근로자들과 본사에서 나온 한국인들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훌륭하게 해주고 있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중국 경제에서 아직 변방에 머물고 있는 동북 3성은 소비력 측면에서도 발전의 여지가 큰 것으로 평가받는다. KOTRA 중국통상전략연구센터가 작성한 ‘주목해야 할 중국의 2, 3선 도시들’ 보고서에 따르면 베이징, 상하이 등 1선 도시들의 차량 등록대수가 2007년 중국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으나 2009년에는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동북 3성을 비롯한 2, 3선 도시들의 소득 수준이 부쩍 높아져서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경쟁이 치열한 중국 대도시와 비교하면 아직 틈새시장이라 할 수 있는 만주 지방으로 한국 기업이 잇달아 진출하고 있다”며 “특히 옌볜은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동시에 러시아 연해주 국제철도와도 연결돼 지정학적 가치도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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