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A 2011’ 베를린서 개막… 최지성 부회장 간담회서 쓴소리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3일 03시 00분


“삼성전자는 글로벌 회사인데… 자꾸 국내 논리로 옥죄면 억울”

“자꾸 국내 논리로 삼성전자를 옥죄는 것이 아쉽다.”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이 1일(현지 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최근 국내의 반(反)대기업 정서에 대해 속내를 털어놓았다. 2일 베를린에서 막을 올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11’에 참가한 최 부회장은 “삼성전자는 해외 매출이 국내 매출의 10배 가까이 되는 글로벌 회사인데 자꾸 ‘국내 논리’로 족쇄를 채우면 힘들다”고 말했다. ‘국내 논리’의 의미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지만 정부와 정치권의 ‘대기업 때리기’가 거세진 데 대한 비판으로 풀이된다.

최 부회장은 ‘억울하다’는 표현을 자주 썼다. 해외에서 세계 최대 전자회사로 성장하며 탁월한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여러모로 압박받고 있는 현실에 대해 답답한 심정을 드러냈다. 그는 “국내에서 삼성의 역할을 긍정적으로 보는 때가 올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부회장은 한국형 운영체제(OS)를 개발하겠다는 정부 발표에도 회의적이었다. 그는 “OS를 정부에서 하느냐 마느냐 얘기가 많은데 입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했지만 “삼성이 정부 정책에 따라 와이브로 개발에 집중하다 4세대 통신기술인 ‘롱텀에볼루션(LTE)’ 개발이 늦어졌다”고 덧붙여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어 “정부 얘기만 믿고 사업하면 ‘쪽박’ 찬다는 말도 나온다”며 정부의 정보기술(IT) 정책을 직접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최 부회장은 삼성전자가 OS 등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서는 강하게 반박했다. 구글 안드로이드,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폰, 노키아 심비안 등 다양한 OS에 최적화한 모바일 기기를 만들 수 있고 자체 OS 바다를 개발한 것은 소프트웨어 역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설명이었다. 그는 “최근 모바일 및 웹 중심의 IT 변혁은 오히려 도약의 기회”라며 “삼성은 소프트웨어 인력만 2만 명에 이르고 미래를 대비해 충분한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에 오랜 세월도 아니고 1∼2년 안에 결과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또 “삼성전자가 지난해 1355억 달러(약 154조 원) 매출로 세계 전자업체 1위를 차지했는데 올해는 1500억 달러 매출이 예상된다”며 “이 정도 규모에 10%대 성장을 하는 업체는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최 부회장은 “세계 경제가 저성장 기조가 계속되더라도 스마트 TV,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은 높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삼성전자는 올해 유럽시장에서 240억 달러, 2013년 350억 달러, 2015년 50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HP의 웹OS를 인수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는 “절대 안 산다”고 일축한 뒤 “그 이상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베를린=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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