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1조원 재단’ 준비… 이건희 회장 “차명재산 유익한 일에 쓰겠다”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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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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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사례 등 연구… ‘진화된’ 복합재단 설립 모색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5000억 원을 기부하면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사진)의 기부 약속도 주목을 받고 있다. 두 사람은 각각 차명계좌 보유(이 회장)와 비자금 조성(정 회장)과 관련한 검찰 수사를 계기로 거액의 기부를 약속했던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2002년 설립한 ‘삼성이건희장학재단’을 통해 가족과 계열사가 공동으로 8000억 원을 기부한 바 있다. 하지만 2008년 삼성 특검 수사 당시 “차명 재산 가운데 세금과 벌금, 과태료 등을 뺀 나머지를 유익한 일에 쓰겠다”던 약속은 아직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윤곽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이 회장의 기부금은 1조 원 규모로 예상된다. 28일 삼성 고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회장이 차명 재산을 실명으로 전환한 뒤 세금과 벌금을 내고 남은 재산의 평가 금액은 1조 원가량이다. 이 돈을 모두 기부할 것이라는 게 삼성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 회장이 조만간 기부를 단행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달 들어 대기업에 대한 압박 수위가 한층 높아지면서 범현대가의 정몽준 의원과 정몽구 회장이 잇달아 거액의 기부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31일 이명박 대통령과 30대 그룹 총수의 간담회가 예정된 점을 들어 이 회장의 기부 발표도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삼성 측은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삼성의 한 고위 관계자는 “정부의 압박이 있기 전부터 이미 몇 년간 기부 방법을 논의해 왔다”면서 “현금 기부, 주식 기부, 재단 설립 등 여러 가지 방안을 놓고 장단점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최종 안을 정하지 못해 시일이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고위 임원은 “일주일이나 한 달 내에 나올 수준은 아니지만 올해를 넘기진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 회장의 기부가 늦어지는 이유는 이 회장이 ‘기존 기부 형태와는 전혀 다른 방식’을 모색하고 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과거 장학재단을 통해 8000억 원을 기부했지만 좋은 평가를 얻지 못했다. 삼성 측은 “그동안 우리가 거액을 내놓아도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이 많았고 기억하는 이들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은 양극화 해소와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에 실질적으로 보탬이 될 수 있는 ‘복합재단’ 설립 등을 고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복합재단은 교육·복지 등 수혜층이 한정된 기존 재단과 달리 공익적 가치를 폭넓게 실현하는 형태를 갖출 것으로 보인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그냥 거액을 던져놓고 ‘잘 써보라’고 하는 방식을 취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선진국의 모범 사례 등을 연구해 ‘잘 쓰일 수 있는 방법’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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