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 판매사원의 ‘금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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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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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고객, 고른 옷 “무난해요” 하면 ‘사지말라’로 이해

‘무난하다.’

이 단어는 현대백화점의 판매사원들이 사용하면 안 되는 말이다. 특히 서울 강남 지역에 있는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과 무역센터점에서는 절대 사용해서는 안 되는 ‘금기어’다. 현대백화점은 “강남 지역의 고객은 개성이 강해 이를 잘 표현할 수 있는 제품을 원하기 때문에 ‘이 옷은 입고 다니시기에 무난해요’라고 말하는 것은 대놓고 ‘이거 사지 마세요’라고 말하는 것과 똑같다”고 설명했다.

고객들의 특성과 트렌드가 갈수록 빠르게 변하는 데 발맞춰 백화점들의 판매 마케팅 방법도 진화하고 있다. 고객들이 싫어하는 표현이나 행동을 파악하는 것은 기본이고 고객들을 유형별로 분석해 각각 다르게 응대하는 등 새로운 방식의 판매 전략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 고객 특성별 맞춤 응대

현대백화점은 고객에게 제품을 설명할 때 장점뿐 아니라 단점도 함께 소개하도록 강조하고 있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고객들이 세세한 정보까지 실시간으로 확인하기 때문에 단점까지 설명해야 신뢰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고객의 특성에 전혀 맞지 않게 칭찬하는 것도 지양하도록 했다.

통통한 고객에게 무조건 “이 정도면 날씬하신 거예요”라고 말하기보다는 “이 제품은 디자인과 색상 때문에 축소되는 효과를 줘 날씬하게 보이게 만든답니다”라는 식으로 체형의 단점을 커버하는 방법을 제안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교육하고 있다. 또 고객의 특성에 따라 △직설적이고 당당한 파워(power) 타입 △친근하고 쾌활한 펀(fun) 타입 △차분하고 조심스러운 워터(water) 타입 △질문이 많은 퀘스천(question) 타입 등 4가지 유형으로 나눠 이에 맞는 응대법을 개발해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화장품 매장에 배치된 남성 직원은 ‘손 마사지 마케팅’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손 마사지를 받을지는 고객에게 미리 물어본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50대 이상 여성 고객들의 경우 남성 직원이 화장품을 손등에 발라주면서 손 마사지를 해주면 반응이 폭발적이어서 곧바로 상품 판매로 이어진다”고 귀띔했다. 반면 젊은 여성들은 손 마사지를 원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고 한다. 여성 구두매장의 판매 사원이 대부분 남성인 것은 왕자가 무릎을 꿇고 구두를 신겨주는 신데렐라가 된 것처럼 여성들의 판타지를 자극하기 위한 것으로 백화점 업계에서는 널리 알려져 있다.

○ 호칭, 유행어 사용 조심

고객을 대할 때 주의할 점도 많다. 제품에 존칭을 쓰는 것은 꼭 피해야 한다. 롯데백화점은 “고객이 자신보다 물건을 더 높인다고 여기는 데다 사물에 존칭을 쓰는 것이 잘못됐기 때문에 귀에 거슬린다는 지적이 많아 ‘그 상품은 인기상품이세요’, ‘이 사이즈 하나 남으셨습니다’는 ‘그 상품은 인기상품입니다’, ‘이 사이즈 하나 남았습니다’라고 말하도록 교육하고 있다”고 전했다.

고객에게 나이가 들어 보인다는 느낌을 주는 ‘어머님’ ‘아버님’과 같은 호칭은 물론이고 부담감을 줄 수 있는 ‘사장님’도 써서는 안 되는 단어다. 매우 친한 고객을 제외하면 ‘언니’ ‘오빠’ ‘누나’와 같은 호칭을 사용하는 것도 기본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신상품’을 ‘신상’이라고 줄여 말하거나 유행어를 함부로 사용해서도 안 된다. 하지만 유행어를 배워서 젊은 고객들에게 상황에 맞게 요령껏 사용하는 것은 권하고 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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