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시대 셀프주유소를 찾는 운전자들이 부쩍 늘고 있지만 셀프주유소 찾기가 여간 쉬운일이 아니다.
고유가시대 셀프주유소를 찾는 운전자들이 부쩍 늘고 있지만 셀프주유소 증가세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주유소협회에 따르면 30일 현재 전국 휘발유 평균값은 리터당 1921원, 경유는 1745원이다. 셀프주유소는 이보다 리터당 평균 100원 가량 저렴하다.
협회의 자료를 보면 셀프주유소는 5월말 기준 서울 41곳, 경기 123곳, 부산 68곳 등 전국에 441개가 성업 중이다. 지난 1월(352개)에 비해 89개가 늘었다. 이는 전체 1만2933개 주유소의 3.3%에 해당하는 수치로 실생활에서 운전자들이 체감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평소 셀프주유소를 자주 이용한다는 이준형 씨(33)는 “2년 전 우연히 셀프주유소에 들렀다가 기름값이 저렴해 줄 곧 이용하고 있다”며 “셀프주유소가 많지 않아 스마트폰으로 위치를 확인해가며 주유한다”고 말했다.
여성 운전자 김선아 씨(43)도 “단돈 10원이라도 싼 기름을 판매하는 곳으로 당연히 눈길이 간다”며 “집 근처에는 셀프주유소가 없어 출퇴근 시 일부러 멀리 떨어진 곳까지 돌아가 주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셀프주유소가 더 많이 늘어 어디서라도 쉽게 주유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운전자들의 바람대로 셀프주유소는 빠르게 증가할 것 같지는 않다. 주유시설 전환에 따른 초기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경기도 안양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A씨는 “셀프주유소는 싸게 파는 대신 인건비를 줄이고 매출을 늘려 수익을 맞추는 구조”라며 “하지만 1대에 1800만원~2000만원하는 주유기를 설치해야해 초기비용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나도 셀프주유소를 차리고 싶지만 비용 때문에 망설이고 있다”며 “정유사나 정부의 보조를 받을 수 있다면 당장 셀프주유소로 바꾸고 싶다”고 했다.
정부도 셀프주유소를 늘리는 쪽으로 정책방향을 잡았지만, 문제는 예산이다.
올 초 리비아 사태로 유가가 폭등하자 정부는 기름값 안정을 위해 일반주유소의 셀프주유소 전환을 유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지식경제부는 2500억원의 소상공인 자금을 활용, 셀프주유소 전환 시 5000만원 한도에서 초기비용을 지원한다는 구체적인 안까지 내놨다. 하지만 정부 발표 당시 소상공인 자금은 이미 바닥나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졸속행정이라는 비난을 자초했다.
중소기업청 소상공인 자금지원과 김순태 사무관은 “소상공인 자금은 수많은 영세 사업자들을 위한 것”이라며 “실제 집행 예산 1850억원이 이미 2월에 소진돼 내년에나 자금을 지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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