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株의 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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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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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술(IT)주 주가가 최근 바닥없는 추락을 계속하고 있는 가운데 증권사들이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 전망치를 줄줄이 하향 조정하고 나섰다. 실적 우려가 더해지면서 연초 기대를 모았던 주가 ‘100만 원 시대’는 갈수록 요원해지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는 고전을 거듭하며 최근 80만 원대 언저리에 머물러 있다. 업종 대형주 부진으로 시가총액이 줄어들자 한국 증시를 대표하던 IT주의 위상 역시 급속히 약화되는 모습이다.

○ 삼성전자 실적전망치 연일 하향


증권사들은 업황 둔화 등을 이유로 이달 초만 해도 3조 원대 후반이던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전망치를 3조 원대 중반까지 잇달아 낮추고 있다. 삼성증권은 23일 2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을 기존 전망치인 4조1000억 원에서 3조6000억 원으로 조정했다. 이에 앞서 미래에셋증권도 8일 4조400억 원에서 3조7100억 원으로 내린 데 이어 21일 다시 3조5500억 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산출한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 평균은 연초 4조2100억 원대에서 3조8650억 원으로 낮아졌다.

이익 기대치가 계속 낮아지는 것은 IT주의 공통적인 현상이다. 하이닉스는 4월 말 5813억 원이던 영업이익 추정치가 5587억 원으로 조정됐으며 LG전자와 LG이노텍의 이익 전망치도 각각 10%, 36% 내려갔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당초 2000억 원대에서 1258억 원으로 반토막 났다. 주가도 연일 내리막길이다. 2000년대 이후 한국 증시의 ‘원 톱’이었던 IT주는 20일 처음으로 운수장비업종(186조4000억 원)에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내주며 밀려났다. IT주의 시가총액 점유율은 삼성전자의 영향력이 극대화됐던 2004년 3월 31.7%에 달하기도 했으나 23일 현재 21.07%로 줄었다.

○ 전체 증시 영향은 제한적


최근 IT주가 부진을 면치 못하는 것은 TV 수요 부진과 가격 약세, PC·스마트폰 수요 약세 등으로 인한 실적 부진 우려 때문이다. 여기에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부 세트업체의 생산 지연, 공급과잉 상태인 디스플레이 패널 부문의 부진 등도 영향을 미쳤다. 김장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6월에도 반도체 가격 하락,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신부문 출하 호조를 기대하는 의견도 있지만 당분간 IT주의 주가 전망은 썩 밝지 않다. 미국, 중국 등 글로벌 경기 둔화로 IT 수요 증가를 기대하기 힘들어 단기간 반등이 쉽지 않은 탓이다. IT주 부진은 글로벌 증시에서도 나타나는 공통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특히 스마트폰 경쟁력에서 뒤처진 림사는 최근 1개월간 40%, 노키아는 30%, LG전자는 27%나 하락했다. 그나마 선방 중인 삼성전자와 애플도 스마트폰 수요 둔화와 노마진 경쟁 우려감 등으로 7%가량 떨어졌다.

하지만 이 같은 IT주의 부진이 국내 증시에 악재로까지 연결될 가능성은 낮다. 지금까지는 시가총액 비중이 높고 경기에 따른 부침이 심한 IT 업황에 따라 국내 증시의 움직임이 좌우됐지만 이미 IT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이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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