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기자의 That't IT]노동시간보다 생산성… ‘스마트 워크’가 경쟁력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27일 03시 00분


코멘트
“일본의 디플레이션 원인은 대기업 사원의 유동성이 너무 저조하고 ‘좀비기업’으로부터 신흥기업으로 우수한 인재가 움직이지 않는 데 있다. 그 배경으로는 마누라가 무서워서 전직을 실행에 옮기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이를 ‘공처불황(恐妻不況)’이라 한다.”

최근 읽은 책 ‘모리 차장의 비밀과외’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남 얘기 같지만은 않았습니다. 좋은 대학을 나오고, 좋은 성적으로 입사시험을 통과했으며, 대기업에 다니기 때문에 각종 재교육 혜택까지 얻지만 몇몇 대기업에 갇혀 움직이지 못하는 한국 직장인들도 많으니까요. 인력 이동이 부족하고 다양성이 떨어지는 기업은 경쟁력도 함께 떨어지게 마련입니다. 사회 전체적으로 이런 현상이 벌어지면 새로운 산업이 쉽게 태어나지도 못하죠.

최근 주목받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은 이런 좀비기업을 기피하는 문화로 유명합니다. 이들의 이동은 파격적입니다. 최고의 대우를 받는 구글 직원들이 “재미없다”며 페이스북으로 옮기고, 페이스북에 다니는 직원은 “나도 마크 저커버그(페이스북 창업자)처럼 되겠다”며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을 합니다. 그렇게 문제투성이라는 미국 경제에 세계 최고의 기업들이 수없이 등장하는 배경입니다.

물론 직원들 개인의 모험심만으로 이런 문화가 생기는 건 아닙니다. 실리콘밸리는 창업을 돕는 수많은 벤처투자자와 정부의 강력한 반독점 규제 덕에 벤처기업이 성장하기 가장 좋은 토양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이런 경쟁력은 시간당 노동생산성으로도 나타납니다. 지난해 10월 미국 노동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은 1시간 일하고 약 57달러를 법니다. 반면 한국인은 시간당 23달러를 벌 뿐입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회사를 그만둘 수 있는 열정과 기업친화적인 환경이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것입니다.

미국보다 더한 나라도 많습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똑같은 통계를 인용하면서 프랑스에 주목합니다. 프랑스는 1인당 국민소득이 약 3만3000달러로 미국(약 4만5000달러)보다 크게 뒤지는데도 프랑스인이 1시간 일하고 버는 돈은 약 54달러로 미국인과 별 차이가 없다는 겁니다. 크루그먼 교수는 “프랑스 정부는 휴가를 법으로 강제하고, 일찍 은퇴하는 것도 장려한다”고 지적합니다. 일할 때 확실히 일하고 쉴 때 확실히 쉬면서 괜찮은 삶을 유지하는 프랑스에 대한 일종의 부러움이었습니다.

한국의 노동시간은 세계 최장 수준입니다. 그러나 시간당 생산성은 크게 떨어집니다. 미국이나 일본 노동자들의 연간 평균 노동시간은 1700시간 남짓인데, 한국인과 싱가포르인은 2300시간 이상 일합니다. 프랑스나 벨기에, 덴마크 사람들은 미국이나 일본인보다도 200시간 정도 덜 일합니다. 하루 8시간 일한다고 하면 이런 나라 국민들은 한국인보다 1년에 석 달 더 쉬는 셈입니다.

더 열심히 일하고 더 많이 쉴 수 있는 ‘똑똑하게 일하기(스마트 워크)’에 요즘 기업들의 관심이 높습니다. 좀비기업이 되느냐, 생명력 넘치는 기업으로 살아남느냐는 이 변화에 얼마나 잘 적응하느냐로 결정될 겁니다. 특히 상대적으로 직원들의 이동이 잦은 IT 기업은 더욱 그렇습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