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기자의 That's IT]SNS 친구가 적다고요? 위축될 필요 없습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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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하세요? 팔로어(트위터에서 내 트윗을 받아보는 사람)는 몇 명인가요? 페이스북 하세요? 페이스북 친구는 많으신지요? 예전에 싸이월드가 유행일 때도 일촌 수는 얼마 되지 않으셨다고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시대입니다. 이 시대에 온라인 친구 수가 갖는 의미는 전과는 전혀 다릅니다. 이 수는 마치 현실세계의 친구 수와 같아서 온라인 친구가 많으면 술자리에도 더 많이 초대받고, 파티에도 더 자주 불려갑니다. 때로는 존경받기도 하고, 때로는 사회적 영향력도 발휘하게 됩니다.

그래서 팔로어도, 페이스북 친구도, 싸이월드 일촌도 적은 사람들은 점점 위축됩니다. 짐짓 “SNS 같은 건 시간낭비”라는 말도 해보고, “난 가까운 사람들하고만 SNS를 하기 때문에 팔로어가 적은 건 당연해”라고 자기 위안도 하지만 사실 초라합니다. 너무 많은 댓글과 멘션과 담벼락 메시지로 정신없는 온라인 세계의 슈퍼스타들 앞에서 나는 보잘것없는 존재입니다.

그래도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최근 나온 연구 결과는 페이스북 친구나 트위터 팔로어가 많다고 부러워할 것만은 아니라는 걸 입증했습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와 버몬트대의 연구진은 SNS 사용자를 면밀히 추적했습니다. 그랬더니 SNS를 통해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의 수가 ‘인지 욕구’에 중대한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발견됐습니다.

인지 욕구란 심리학에서 사용하는 용어입니다. 인지 욕구가 높은 사람일수록 논쟁이 벌어졌을 때 논리 자체에 관심을 둡니다. 올바른 주장을 펴는 사람을 지지하려고 노력한다는 것이죠. 반면 인지 욕구가 낮은 이는 논쟁 참여자의 주변 요소에 영향을 받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논리보다는 잘생긴 사람, 신뢰할 만한 목소리를 가진 쪽의 주장에 더 귀를 기울입니다.

연구진은 SNS 사용자에 대한 관찰을 통해 트위터나 페이스북으로 관계를 맺는 사람이 많은 사용자일수록 인지 욕구가 낮다는 통계적 상관관계를 발견합니다. 바꿔 말하면 SNS를 적게 사용하는 사람들일수록 인지 욕구가 높아 생각이 깊고 고민이 많다는 겁니다.

또 SNS에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은 대체로 ‘멀티태스커(multi-tasker)’였습니다. 한 번에 여러 일을 하고, 인터넷에서 보내는 시간도 많았습니다. 이는 결과적으로 이들로 하여금 한 가지 일에 천착하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인지 욕구가 자연스레 낮아질 수밖에 없던 것입니다.

SNS는 최근 들어 새로운 문명의 이기(利器)로 묘사됩니다. 기존 매체보다 빠르게 새 소식을 알려주기도 하고, 경청할 만한 다른 사람들의 얘기를 전해주는 통로가 되기 때문입니다. 최근 오사마 빈라덴 사살 소식도 트위터가 가장 먼저 전했죠. 하지만 트위터나 페이스북이 우리의 생각하는 능력을 발전시켜 주지는 못합니다. 친구들의 재잘거림(tweet)에 귀를 기울이는 것도 좋지만 한 번쯤 노트북 뚜껑을 닫고, 전화기 전원을 끈 채 책 속으로 빠져들어 보는 건 어떨까요. 마침 책 읽기도 좋은 봄날이니까요.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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