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경제]“고국의 빚, 마음의 빚 이젠 털수 있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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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국에 남아 있는 빚이 언제나 부담이었는데 이제 떨쳐버릴 수 있겠네요.”

1998년 외환위기의 여파로 다니던 중소기업에서 명예퇴직한 장모 씨(69). 이후 그는 식당 운영에 손을 댔으나 실패해 2400만 원가량의 빚만 떠안았습니다. 도저히 빚을 갚을 엄두가 안 나던 장 씨는 2001년 빚 독촉을 피해 한국을 떠나 미국으로 이주했습니다.

그 후엔 로스앤젤레스에서 일용직, 재활용품 수거 등을 하며 한 달에 1500달러(약 160만 원) 남짓한 돈을 벌며 근근이 생계를 유지해왔습니다. 하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한국에 돌아가고픈 마음이 생길수록 남아있는 빚은 마음의 짐이 됐습니다. 그러던 차에 그는 신문에서 반가운 소식을 접했습니다. 바로 재미동포에게도 신용회복제도가 도입된다는 뉴스였습니다. 장 씨는 로스앤젤레스총영사를 통해 신용회복 지원을 신청했고 심사를 거쳐 연체이자는 전액, 원금은 50%를 감면받아 앞으로 월 10만8000원씩 5년간 나누어 갚으면 채무가 해결됩니다.

장 씨는 로스앤젤레스총영사관과 신용회복위원회가 국내 채무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재미동포를 위해 3월 2일부터 시행한 ‘재미동포 신용회복지원제도’의 수혜자 1호입니다. 이 제도의 지원 대상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거주하는 총채무액 5억 원 이하의 금융채무불이행자로 심사를 거쳐 대상으로 인정되면 이자와 연체이자는 전액 감면되고 원금도 최대 절반까지 감면받을 수 있습니다. 상환 기간은 최대 8년까지 연장됩니다.

신연성 로스앤젤레스총영사는 “이번 제도를 통해 과거에 정리하지 못한 채무로 심리적으로 고통 받던 많은 사람이 자기 책임을 다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고국을 왕래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며 “채무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동포들은 영사관 민원실에 언제든지 문의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실제로 해외에 거주하면서도 한국의 빚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동포가 적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신용회복위원회에 따르면 현재까지 채무상담을 진행하고 있는 재미동포가 83명에 달하고 이미 18명이 채무재조정을 신청했습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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