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스전투기’서 영감얻어…삼총사의 GM 첫 역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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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25일 19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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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차도 날렵할 수 있다." 근육질 몸체와 뾰족한 앞모습을 가진 한국GM의 친환경 콘셉트카 쉐보레 '미래(Miray)'는 이렇게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마치 '친환경차는 느리고 맥없다'는 선입견을 뒤집으려는 듯.

이달 초 서울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된 미래는 미국 GM의 전기차 '볼트'와 함께 친환경차 주요 라인업이 될 로드스터(스포츠카 같은 2인승 오픈카)의 디자인 방향을 보여주는 차다. GM은 이 차의 디자인을 위해 전 세계 GM 디자인 센터 11곳으로부터 공모를 받았는데 한국GM의 디자인이 낙점됐다. 쉐보레 브랜드의 젊고 활동적인 이미지를 잘 살렸다는 평가였다.

한국GM 디자센터의 능력을 보여준 주인공은 외관디자인을 담당한 서승범 씨(38)와 내부디자인을 담당한 황호영 씨(31), 3D 디자인을 담당한 백송 씨(29)다.

22일 인천 부평구 소재 한국GM 디자인센터에서 만난 이들은 애드 웰번 GM 디자인 총괄 부사장으로부터 "독일 프랑크푸르트모터쇼,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 등 주요 모터쇼 10여 곳에서 미래를 선보이려고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매우 고무된 상태였다. 서 디자이너는 "작은 차임에도 고성능으로 보이도록 해야 하는데다 친환경차의 이미지도 함께 녹여야 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며 "본사에서 호평을 받아 무척 기쁘다"고 말했다.

한국GM 디자인센터의 콘셉트카가 GM 본사의 선택을 받은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이전에는 원래 있던 모델의 디자인을 변형시키는 차원에서 진행된 것인 반면 이번은 새로운 모델을 창조해 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다르다.

서 디자이너는 미래의 이미지를 만들 때 GM의 디자인 철학을 이어받으면서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부여할 수 있는 디자인을 생각해 내야 했다. 50, 60년 대 미국을 풍미했던 GM의 자동차들은 커다란 볼륨이 특징이다. 하지만 날렵한 맛은 없었다. 팀은 스텔스 전투기 디자인으로부터 영감을 얻어 전투기의 날렵하고 군살 없는 디자인을 GM의 고전적 디자인에 접목시켰다.

전면부는 쉐보레 브랜드의 상징인 '그릴과 그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바(bar)'를 변형시켜 묵직한 덩어리감을 주는 동시에 스피드도 느껴질 수 있도록 뾰족하게 만들었다. 양 옆에는 부메랑 형태의 날렵한 헤드램프가 눈길을 끈다. 바퀴 휠 부위가 차량 몸체 외부로 약간 튀어나온 모습(휠아웃-바디인 스타일)에서는 고전적 GM 디자인의 풍모를 엿볼 수 있다.

쉐보레 '올란도' 콘셉트카 디자인에도 참여한 적이 있는 서 디자이너는 "기아자동차의 친환경 콘셉트카 '네모'가 재활용, 친근함, 공간활용성 등을 강조했다면 미래는 역동성, 강함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황호영 디자이너가 고안한>> 인테리어에서는 계기반을 없애는 대신 대시보드에 프로젝션으로 영상을 쏘아 주행 중 각종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의 디자인이 눈길을 끈다. <<백송 디자이너는 3D 담당으로, 서승범 황호영 디자이너가 그린 스케치를 컴퓨터를 통해 입체적으로 구현하는 일을 맡았다.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는 황 씨와 백 씨는 사실상 미래가 세간에 공개된 첫 번째 '역작'이다.>>

미래 이외에도 한국인이 디자인한 자동차가 GM의 주요 디자인으로 채택된 사례는 많다. 쉐보레 '볼트'의 외관 디자인은 GM 워런디자인 스튜디오의 김영선 수석 디자이너(47)가 했다. 그는 서울대 산업미술과를 졸업하고 1986년 기아자동차에 입사해 '스포티지', '쏘렌토' 등을 디자인했으며 2001년 GM에 합류했다.

영화 '트랜스포머 시리즈'에 '범블비'라는 캐릭터로 등장해 인기를 모았던 쉐보레의 스포츠카 '카마로'도 이상엽 디자이너(43)의 작품이다. 이 디자이너는 1999년부터 GM에서 일하다 2009년 폴크스바겐으로 자리를 옮겼다.

한국GM 디자인 총괄 김태완 부사장은 "GM은 세계적으로 11개 디자인 스튜디오가 있는데 한국 스튜디오가 북미, 유럽에 이어 세 번째로 크고 프로젝트 양은 북미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며 "앞으로 GM 자동차 디자인에서 한국인이 보여주는 활약상이 점점 더 커질 것"이라고 낙관했다.

김현지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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