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기름값 내린다더니 그대로잖아!”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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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소 “미리 확보분 파는것”… 출근길 곳곳 충돌
카드수수료 1.5% 적용 놓고 정부-카드사 갈등도

회사원 김민석 씨(44)는 7일 오전 출근길에 SK주유소를 찾았다. L당 100원씩 할인받기 위해서다. 하지만 “신용카드로는 아직 할인받을 수 없다”는 주유원의 말을 듣고 맥이 빠졌다. OK캐쉬백 카드를 만들면 적립 받을 수 있다고 하지만 출근길에 그럴 여유는 없었다.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는 아예 기름값을 내리지 않은 주유소도 많았다.

경기 의정부시에 있는 GS칼텍스 주유소 이모 사장(58)은 “정유사 관계자가 앞으로 기름값이 오를 테니 미리 사 두라고 한 것이 불과 며칠 전”이라며 “기존 가격으로 공급받아 5개 저장탱크를 가득 채워놨는데 어떻게 할인해 파느냐”고 했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전국 291개 GS칼텍스 직영 주유소에서는 일괄적으로 L당 100원씩 내렸다”며 “다만 나머지 3100여 개 자영 주유소의 경우 사장들을 일일이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6일 기름값 대책을 발표했지만 소비자들과 시장은 혼란스러운 표정이다. 특히 정부가 대책 발표와 함께 “신용카드 수수료도 들여다보겠다”는 의지를 밝힘에 따라 카드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기름값 논란’의 불똥이 자신들에게까지 튀는 것은 아닌지 잔뜩 긴장한 가운데 정부의 지적이 현실과는 동떨어졌다며 반발하고 있다.

○ “왜 다 1.5%” vs “알아서 낮춘 것”


정부는 일단 1.5%로 획일화된 주유소 카드 수수료의 불공정행위 여부를 살펴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카드 수수료는 신용카드 회원이 가맹점에서 물품을 구입하는 등 카드결제를 했을 때 사전거래약정에 따라 카드사가 회원을 대신해 가맹점에 결제대금을 먼저 지급하고 그 대가로 가맹점으로부터 수취하는 금융거래수수료다. 주유소도 판매액의 일정 부분을 수수료로 카드사에 지불하고 있는데, 주유소에는 모든 카드사에서 1.5%를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모든 카드사가 일괄적으로 1.5%를 적용하는 것이 공정한지에 의문을 품는다. 경쟁이 붙으면서 카드 수수료가 낮아지면 기름값도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대해 카드사들은 가맹점의 종류에 따라 수수료를 적용하고 있는데, 체크카드 가맹점이나 재래시장 같은 특수한 가맹점을 제외하고는 1.5%가 최저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카드 업계 관계자는 “주유소의 특수성을 감안해 신용카드사들이 알아서 수수료를 낮춰 왔기 때문에 모두 1.5%라는 저점에 수렴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 전체 주유소 대상 카드 위주 할인?


정부는 자가폴 주유소의 활성화를 위해 자가폴 주유소를 포함한 전체 주유소를 대상으로 신용카드 위주로 주유 할인 혜택을 제공하게끔 유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신용카드업계는 “현실성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현재 카드사에서 판매하는 주유할인카드는 정유사나 보험사와 제휴를 맺어 해당 정유사 상표 주유소에만 할인을 제공하는 카드와 전체 주유소를 대상으로 할인을 해주는 범용카드로 나누어진다. 제휴 할인카드는 주유 할인으로 발생하는 비용을 카드사가 정유사 등과 일정 비율씩 나눠서 부담한다. 하지만 전체 주유소에 할인을 제공하는 카드는 할인금액 100%를 카드사가 홀로 부담한다. 카드사들로서는 제휴 할인카드가 훨씬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물론 신규 고객을 창출하기 위해 전 주유소에 할인이 되는 범용카드를 판매하고는 있지만 할인액 전부를 끌어안아야 하는 범용카드만 운용하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또 “범용카드는 주유사와의 제휴할인카드에 비해 할인 혜택도 낮은 편”이라며 “소비자들에게도 도리어 불이익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정유사들이 백기를 들고 가격을 낮춘 마당에 신용카드사들도 ‘노력’한다는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느냐는 여론에 카드업계는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수수료 문제는 매번 불거지던 것이지만 올해는 더 난감하다”고 전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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