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선진국으로 발길을 돌렸던 글로벌 자금이 북아프리카 중동 정정 불안, 동일본 대지진 충격 등 글로벌 악재가 잦아들자 다시 ‘바이 아시아(buy Asia)’에 나서며 신흥국으로 U턴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연초 이후 줄곧 약세를 보였던 아시아 신흥국 증시는 한국과 태국이 사상 최고 주가를 경신하는 등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이탈의 주된 요인이었던 신흥국 인플레이션 압력과 긴축정책이 2분기 이후 완화되는 데다 선진국도 조만간 긴축에 동참할 것으로 전망돼 외국인의 바이 아시아는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원화를 비롯한 신흥국 통화 강세 환경과 ‘엔캐리 트레이드’(금리가 싼 엔화를 빌려 고금리 자산에 투자하는 것) 여건이 개선됐다는 점도 외국인 매수에 힘을 보태고 있다.
○ 3월 하순부터 신흥 아시아 ‘사자’
3월 한 달간 아시아 신흥국 증시는 7% 이상 올랐다. 한국(8.43%)과 인도(9.44%) 인도네시아(8.21%) 중국(5.17%) 등은 글로벌 증시 수익률 상위를 휩쓸었다. 이달 1일엔 한국과 태국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갈아 치웠다. 반면 연초 긴 부진에서 벗어나 회복세를 보이던 미국(―0.03%) 영국(―1.49%) 프랑스(―2.76%) 독일(―3.08%) 일본(―9.03%) 등 선진국 증시는 지난달 평균 1.24% 하락했다.
3월 하순부터 글로벌 자금이 신흥국으로 다시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은 아시아 6개국(한국 대만 인도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증시에서 2월 67억 달러 순매도에 이어 3월에도 18일까지 34억 달러를 팔아치웠다. 하지만 지난달 21일 이후 순매수를 이어가며 10일간 50억 달러 이상을 사들였다.
신흥국 펀드에서 이탈하던 해외 뮤추얼 펀드의 움직임도 달라졌다. 지난달 24∼30일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펀드로 10주 만에 처음으로 4억1100만 달러가 순유입됐으며 전체 신흥국 펀드로도 26억4500만 달러가 들어왔다. 곽중보 삼성증권 연구원은 “일본 지진 이후 선진국 증시가 더 많이 하락하면서 신흥국이 더 위험하다는 선입견을 깼다”며 “해외 뮤추얼 펀드가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옮겨간 것은 실패한 리밸런싱이었다”고 말했다.
○ 외국인 매수 지속될 것
신흥국 증시의 밸류에이션이 2년 전 수준으로 떨어지며 가격 매력이 커진 점이 외국인을 다시 끌어들이고 있다. 무엇보다 신흥국 인플레 압력이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외국인 매수의 배경이 되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3개월 앞서가는 중국 PMI제조업 구매물가지수는 최근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상원 현대증권 연구원은 “계속된 긴축정책으로 통화 증가율이 감소하는 등 신흥국 인플레 압력의 선행 지표가 둔화되고 있다”며 “주요 곡물가격 상승세가 꺾였으며 상품시장 투기 수요도 줄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3월 유럽 소비자물가가 2.6% 상승하며 4개월 연속 목표치를 웃돌자 7일 유럽 중앙은행이 23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선진국으로서는 처음 긴축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최근 원-달러 환율 1100원 선이 깨진 것을 비롯해 신흥국 통화가 강세인 것도 환차익을 노린 글로벌 자금을 끌어들이는 요인이다.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가계부채가 많은 상황에서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금리 인상보다 원화 강세를 용인할 것으로 보여 이를 노린 외국인 매수는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엔화 가치가 지진 발생 이전 수준을 회복한 데다 피해 복구를 위해 일본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될 것으로 보여 엔캐리 자금의 신흥국 유입도 더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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