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퇴출대란… 코스닥시장 왜 이러나

  • Array
  • 입력 2011년 3월 28일 03시 00분


코멘트
《 중소기업 창업을 지원하는 넥서스투자는 1999년부터 2010년까지 두 해를 빼고 매년, 2008년에는 네 번씩이나 대표이사가 바뀌었다. 올해는 자기자본 대비 67%에 해당하는 247억 원의 횡령사건이 발생하면서 회계감사법인으로부터 의견거절을 받아 코스닥 시장에서 퇴출 절차를 밟게 됐다. 기술력이 뛰어난 신생 기업에 직접 자금 조달의 기회를 마련해주는 코스닥 시장에서 횡령·배임사건이 자주 발생하고, 대표이사가 수시로 교체되면서 투자자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 》
특히 기업이 내놓는 실적에 대해 회계법인이 ‘믿을 수 있는 자료를 받지 못했다’거나 ‘사업을 계속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감사의견을 거절하는 사례가 늘어 상장심사나 시장운용에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코스닥시장에 대한 투자자 불신을 반영하면서 정보기술(IT) 거품이 많았던 당시 2,800 선까지 치솟던 코스닥지수는 25일 현재 514 선으로 5분의 1 토막으로 곤두박질쳤다.

○ 허위공시도 빈발


교육사업 등을 하는 에듀패스는 최근 전(前) 대표이사 등 5명에 대해 횡령 및 배임혐의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이 회사는 2008년에도 전 대표가 횡령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고 최근 실형을 선고받았다. 잦은 대표이사 교체, 높아진 경영 불안정성 등으로 실적은 갈수록 악화됐으며, 부족한 운영자금은 유상증자 등을 통해 어렵게 해결했다. 현재 에듀패스는 상장폐지실질심사 대상 여부를 가리기 위해 매매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넥서스투자와 에듀패스의 상황은 코스닥시장에서 특이한 사례가 아니다. 27일 현재 1039개 기업이 상장된 코스닥시장에서 횡령·배임사건은 지난해 기준으로 총 31개 기업에서 발생했고, 394개사는 대표이사를 교체했다. 대표이사가 ‘파리 목숨’이다보니 기업 비전은 찾아보기 어렵다. ‘녹색산업’ ‘엔터테인먼트’ ‘교육’ 등 유행하는 인기업종을 사업목적에 편입하는 방식으로 투자자들을 유혹했다. 골프 의류를 만들던 회사가 어느 날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변신하는가 하면 통신장비를 만들던 기업이 하루아침에 바이오기업으로 돌변한다.

한범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상장사들이 허위공시를 자주하고 횡령·배임이 빈번하다보니 코스닥시장의 매력이 반감한다”며 “지금처럼 시장 자체가 흔들린다면 투자자들의 관심은 멀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한계기업을 적시에 솎아내도록 규제와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 퇴출기업 올해도 최대 29개에 이를 듯


해마다 3월이면 30개 안팎의 기업이 회계감사에서 문제점이 지적돼 퇴출되는 이른바 ‘퇴출 대란’이 올해도 여지없이 일어나고 있다. 12월 결산법인 가운데 27일까지 회계감사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코스닥기업은 17개사다. 아직까지 감사보고서를 내지 않은 코스닥기업도 12개사나 된다. 이들 기업은 이달 말까지 사업보고서를 내지 않을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뒤 유예기간을 거쳐 상장폐지 절차에 들어간다. 2009년과 2010년에는 각각 코스닥기업 29개사가 회계감사에서 지적받은 문제로 퇴출됐다. 유가증권시장에서 10개 안팎의 기업이 퇴출당한 것에 비해 2배나 많은 기업이 퇴출된 셈이다.

이윤학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 연구위원은 “과거에는 회계법인이 대주주나 회사의 요청으로 감사를 대충 하는 사례가 많았지만 최근 코스닥시장에서 상장폐지 실질심사가 강화되고 회계법인이 감사를 강화하면서 부실기업 퇴출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실기업이 손쉽게 시장에 진입하는 데다 관리가 허술하기 때문에 매년 퇴출되는 기업 수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증권사들이 경쟁적으로 기업공개(IPO) 사업을 강화하는 바람에 문제 있는 기업에 대한 검증을 제대로 거치지 못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노희진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상장심사위원회에서 대주주의 과거 불법행위를 조사하고 면접을 통해 검증을 하는데도 부실기업이 자꾸 상장된다면 제도적으로 허점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회계법인이나 상장 주간사회사에서 제대로 검증과정을 거치지 못한다면 거래소에서 이를 밝혀내기는 대단히 어려운 구조”라고 주장했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