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사퇴서, 법적으론 ‘필요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23일 10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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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의 거취 논란이 불거지면서 이 자리의 진퇴(進退) 절차에 관심이 쏠린다.

23일 정치권과 동반성장위원회에 따르면 정 위원장은 지난주말 정부의 동반성장정책 추진 의지를 의심한다면서 사퇴 의향을 흘린 데 이어, 청와대에 장문의 서한을 보냈다며 그것을 '사직서'라고 추후 의미부여하고는 청와대가 반응을 보여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 언급만 언뜻 보자면 위원장에서 물러나기 위해서는 대통령이나 청와대에서 무슨 '사인'을 받아야 하는 것인가 하는 착시 현상이 생긴다. 다시 말해 사퇴에 필요한 특별한 절차가 있다는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스스로 사퇴를 선언하면 그만이지 법·제도적 필수절차를 밟아야 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

결국 '동반성장위원장직을 계속 맡아달라'는 반응을 이미 보인 청와대를 향해 정 위원장이 거듭 반응을 요구하는 것은 다른 정치적 배경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도 일각에서 나온다.

위원회 운영규정에 따르면 위원장은 위원회가 경제단체와 유관기관의 의견수렴과 상호협의하에 추대한다는 선임(進) 절차만 있을뿐 사임(退) 절차는 없다.

따라서 상식적으로 자신을 추대한 위원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신상 절차를 밟는 것이야 자유지만 요식이라도 어떤 각별한 관문을 거쳐야 위원장 '직위'를 떨쳐내는 것은 아니라고 동반성장위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물론 형식적으로는 이처럼 위원들이 추대하는 것이지만 사실상 정부와 청와대의 의중이 인선에 반영되는 것이 상례이고 정 위원장 역시 예외가 아니다.

위원장의 임기는 대기업 대표 9명, 중소기업 대표 9명, 전문가 그룹 6명 등 다른 위원 24명과 똑같이 2년이다.

위원회는 분기마다 1차례 정기회를 개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고, 위원 5명 이상이나 위원장이 소집을 요구하면 수시로 임시회를 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재 동반성장위는 '상생법'의 법적 근거를 바탕으로 2004년 설립된 대중소기업협력재단 정관 규정에 따라 설립, 운영되고 있는 법인격 없는 민간 단체이다.

그동안 재단 정관은 '재단에는 위원회를 설치할 수 있다'고 규정했으나 이달 14일 위원회를 동반성장위로 고쳤다.

한편, 이와 같은 법적, 제도적 절차와는 별개로 동반성장위의 출범 자체가 대중소기업 상생을 주요 국정과제로 내세운 이명박 대통령의 의지에서 비롯됐고, 위원회활동이 범정부 차원의 지원을 필요로 하는 만큼 대통령에게 진퇴의사를 밝히는 것이 터무니없는 돌출행동은 아니라는 시각도 없지 않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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