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日本 대지진]日 경제 피해 GDP의 5% 이를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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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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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福島) 원자력발전소 방사성 물질 누출 사건이 갈수록 심각해져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경제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이 당초 예상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분석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대지진 초기에는 지진 피해가 한신(阪神) 대지진 규모를 넘지 않고 세계 경제에도 별다른 피해가 없을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었다.

15일 일본의 미쓰비시UFJ증권과 스위스의 사라신은행은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경제 피해가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5%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일본 GDP가 5조4742억 달러인 것을 감안하면 피해가 최대 2700억 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1995년 한신 대지진 당시 피해액인 1400억 달러는 물론이고 2005년 미국을 강타했던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한 경제 피해액 2000억 달러를 넘어서는 규모다. 투자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와 바클레이스 역시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18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해 한신 대지진의 수준을 뛰어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후쿠시마 원전 2호기와 4호기 외벽 폭발로 인한 피해를 감안하지 않은 것이어서 피해 규모는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당초 동일본 대지진의 피해는 지진이 발생한 도호쿠(東北) 지방이 일본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에 불과한 만큼 물류중심지인 고베(神戶)를 넘어 일본 제2의 도시인 오사카(大阪) 지역에까지 피해를 입혔던 한신 대지진에 비해 적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최소 4만 명 이상이 사망하거나 실종한 것으로 잠정 집계되면서 인명 피해가 한신 대지진(사망 6433명)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인 데다 일본 정부가 원전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증폭되면서 예상 피해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당장 원전 사태가 확대되지 않는다고 해도 더는 사용할 수 없게 된 원자로를 교체하는 데만 50억 달러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진으로 인한 보험업계의 손실도 2005년 710억 달러를 기록한 허리케인 카트리나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미쓰비시UFJ 증권은 지진해일(쓰나미)과 방사성 물질 누출 사고를 제외한 보험비용만을 최대 350억 달러로 예상했으며 크레디트스위스는 최대 5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동일본 대지진이 세계 경제에 미칠 파장도 예상을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피해가 갈수록 확대됨에 따라 일본 경제가 단기간에 회복하기 어려워지면서 일본에 대한 수입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각국의 산업생산 차질과 금융시장 혼란으로 경제성장률이 하락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프랑스 투자은행 BNP파리바는 동일본 대지진으로 일본의 올해 GDP 성장률이 3%가량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일본이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가량임을 감안하면 세계 경제성장률 역시 올해 0.2%가량 줄어들 것이라는 의미다.

현대경제연구원도 동일본 대지진의 피해 확산으로 세계 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세계 경제가 △동일본 대지진 △남유럽 재정위기 △중동발(發) 고유가 △중국의 긴축정책이라는 네 가지 위기로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빠지게 됐다고 분석했다.

김동석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지난해 세계 GDP에서 중국과 일본, 중동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2%”라며 “중동의 정정 불안과 중국의 긴축정책에 더해 일본마저 막대한 지진 피해를 보면서 경제 불안이 확산되면 세계 경제를 침체에 빠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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