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경영Ⅲ]사랑받는 기업을 향해··· 이웃과 함께 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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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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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 협력업체들 자생력 지원하며 사회공헌

(위)현대모비스는 지난해 8월 ‘연구개발(R&D) 상생협력’을 위한 ‘CTO 포럼’을 가졌다. 현대모비스 전호석 사장(왼쪽)과 이웅범 LG이노텍 부품소재사업본부장이 협력을 약속하며 악수하고 있다. (왼쪽)현대자동차그룹 구매·품질·연구 담당 경영진이 1차 협력사 대표들과 경기도 소재 2차 협력사를 방문, 경영상 애로사항을 직접 듣고 부품 품질 확보에 만전을 기해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제공
(위)현대모비스는 지난해 8월 ‘연구개발(R&D) 상생협력’을 위한 ‘CTO 포럼’을 가졌다. 현대모비스 전호석 사장(왼쪽)과 이웅범 LG이노텍 부품소재사업본부장이 협력을 약속하며 악수하고 있다. (왼쪽)현대자동차그룹 구매·품질·연구 담당 경영진이 1차 협력사 대표들과 경기도 소재 2차 협력사를 방문, 경영상 애로사항을 직접 듣고 부품 품질 확보에 만전을 기해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제공
《“앞으로 기업 간 경쟁은 한 기업의 생태계와 경쟁업체 생태계의 싸움이 될 것이다.” 미래에는 ‘사랑받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주장에 앞서 제시된 전제다. 미국의 경영 전문가 3인이 함께 쓴 책 ‘위대한 기업에서 사랑받는 기업으로(데이비드 울프, 잭디시 세스, 라젠드라 시소디어 공저)’ 에서 나온 말이다. 풀이하면 한 기업은 사회(정부, 비정부기구, 지역사회 포함), 협력업체, 투자자, 고객, 직원 등으로 구성된 하나의 생태계 속에서 생존하며 앞으로 이 생태계가 튼튼한 기업만이 다른 기업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말이다.》
○ 기업 생태계가 튼튼해야 장기 생존


언뜻 들으면 당연한 말 같지만 지금까지 기업을 사로잡아왔던 논리들은 생태계 전체보다는 일부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대표적인 예가 ‘주주가치 극대화’ 논리다. 주주가치 극대화란 말 그대로 주식을 가지고 있는 주주의 이익을 위해 최대한 주가를 높이고 많은 배당을 한다는 뜻이다. 기업의 목표는 곧 이익 극대화가 되고, 주주 배당 등을 통해 목표를 달성한다.

하지만 주주가치 극대화는 적잖은 폐해를 부른다.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그의 저서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에서 지적했듯 기업들이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임금, 투자 등의 비용을 무자비하게 삭감하기 쉽다는 점이다. 고용을 줄이고 협력업체 몫인 납품 단가를 깎으면 단기적 이익을 얻을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부정적 결과를 낳게 된다.

대조적으로 ‘사랑받는 기업’은 이해당사자 집단의 이익이 훼손되지 않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다. 어떤 이해당사자도 다른 이해당사자 집단의 희생으로 혜택을 보지 않고 자체적으로 각각의 번영을 누리도록 머리를 쥐어짜 묘안을 내놓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은 기업에 대한 소비자의 충성도를 높이며 정서적 연대감을 강화시켜 해당기업과 제품에 대한 절대적인 선호와 호응을 이끌어낸다. 쉽게 말해 자발적으로 ‘이 회사가 만든 제품이라면 우리 모두를 위해 살 만한 가치가 있다’고 믿게 되는 것이다. ‘위대한 기업에서 사랑받는 기업으로’의 저자들은 “사랑받는 기업이 결과적으로 돈도 더 잘 벌고, 오래 생존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한다.

○ ‘상생’에 눈뜨는 현대차그룹


요즘 우리 사회에서는 기업 생태계 구성요소 중 하나인 협력업체와의 관계 개선이 한창 화두다. 협력업체와의 동반성장이라는 주제는 대기업과 협력업체 모두의 장기적 성장과 발전을 위한 것이고, 궁극적으로 대기업이 ‘사랑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하나의 방편에 해당한다.

국내 1위를 넘어 세계 자동차 업계 ‘톱 5’ 안착을 꿈꾸는 현대자동차그룹 역시 협력업체와의 동반성장의 중요성에 조금씩 더 많은 무게를 두고 있다. 현대차의 동반성장은 협력업체의 △경영안정 기반 강화 △핵심역량 강화 △글로벌 대응시스템 지원 △상생협력 관계 강화 등 4가지 부문을 강조한 ‘상생 협력 프로그램’ 에 녹아 있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사내에는 상생협력추진팀을, 밖으로는 자동차부품산업진흥재단을, 조정기관으로는 상생협력실무위원회를 두고 상생협력 프로그램이 차질 없이 시행되도록 했다.

우선 자금 부문에서 자본이 영세하고 상대적으로 열악한 상황의 2차 협력사를 대상으로 대금 지급조건을 개선하고 공동구매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운영자금 대출이나 상생협력펀드 조성, 상생보증 프로그램 등 다양한 자금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하기에 이르렀다. 이는 협력업체가 안정된 경영환경에서 품질과 기술개발에 힘쓸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함이다.

현대차 측은 또 협력사들이 구매비용을 절감할 수 있도록 공동구매를 적극 지원해 2009년 1054억 원 규모의 공동구매를 이뤄냈고 일반자재 외에 스테인리스강 등 원자재 부문까지 공동구매 범위를 확대했다.

현대차그룹의 주력계열사인 현대모비스 역시 협력업체와의 상생을 위해 협력업체 지원자금을 약 565억 원 규모로 조성했다. 이 자금은 상생펀드, 네트워크론 등의 이름으로 협력사에 지원돼 연구개발, 운영자금, 설비투자 등에 쓰인다. 특히 기존 금융권에서 대출이 어려웠던 영세업체도 대출할 수 있도록 자금줄을 터주는 것이 목표다.

○ 협력업체와 해외 동반진출

현대차가 협력업체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것도 협력업체의 자생력을 키워주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 현대차는 2009년 말 기준으로 245개 협력업체가 현대차와 함께 중국, 인도, 미국 등 세계 각지에 동반 진출할 수 있도록 이끌었다.

현대모비스 역시 해외시장을 개척할 때 중소 협력업체들과 함께한다. 현대모비스는 “국내 중소업체가 생산하는 부품이 가격과 품질 경쟁력을 갖췄다 하더라도 해외시장을 직접 개척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현대모비스의 브랜드 파워와 글로벌 네트워크로 수출 길을 열어주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현대모비스는 자사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바이어를 직접 발굴하고, 해외 물류거점을 구축해 그 결과를 국내 협력업체들과 공유한다. 2000년부터 미국, 일본, 유럽, 중국 등 각 지역에서 부품전시회를 개최하며 함께 해외시장을 개척해왔다.

현대모비스는 또 중국에 진출한 협력업체에 자사의 기술시험센터를 개방하기도 했다. 자체 시험장비를 갖추지 못한 중소 협력업체라 해도 현대모비스 기술시험센터의 140종에 이르는 최첨단 시험 장비를 활용해 품질시험 및 인증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회사 측은 “현대모비스의 지원으로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영세성과 높은 내수 의존도, 구조적 취약성 등의 약점을 딛고 해외 주요 완성차업체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부품을 수출하는 성과도 이룰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 노하우 전수로 협력업체 자생력 강화

협력업체의 기술역량을 육성, 지원하는 활동도 현대차그룹과 협력업체가 윈윈(win-win)할 수 있는 방안이다. 현대차는 협력사 엔지니어가 현대차에 와 공동설계, 공동연구를 수행하도록 하는 ‘게스트 엔지니어링’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2002년에는 현대차 및 현대모비스 외 164개 협력사가 공동으로 자금을 대 자동차부품산업진흥재단을 만들었다. 이곳에서는 협력사를 위한 품질기술봉사단, 협력사지원단 등의 활동이 이뤄진다. 품질기술봉사단은 재단의 전문위원들로 협력사에 3∼6개월 상주하며 품질 및 기술을 지도한다. 협력사지원단은 현대차 전직 임원들로 구성된 모임으로, 협력사의 경영관리 전반에 대해 무상으로 조언해 준다.

이 밖에도 자동차부품산업진흥재단은 각종 교육훈련, 학술세미나 개최, 부품산업DB 운영, 중고기자재 기증사업 등을 운영하며 부품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애쓰고 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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